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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노석철] 트럼프가 되살린 마오쩌둥 전술



‘적이 공격하면 후퇴하고(적진아퇴·敵進我退), 적이 멈추면 교란하고(적주아요·敵駐我擾), 적이 피로하면 공격하고(적피아타·敵疲我打), 적이 후퇴하면 추격한다(적퇴아추·敵退我追).’

마오쩌둥이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와 싸울 때 사용했던 ‘16자(字) 전법’이다. 서두르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타격하면서 서서히 무너뜨리는 게릴라 전술이다. 마오쩌둥이 중과부적의 홍군을 이끌고 막강한 국민당 군대에 맞서기 위해 창안했지만 전력이 우세한 군대에게도 효율적이다.

그런데 요즘 중국과 겨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마오쩌둥 전술의 패턴이 감지된다. 16자 전법의 핵심은 유인과 교란, 기습이고, 적의 약점과 허점을 집중 공격하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지에 타격을 주고, 서방의 ‘중화 패권’ 경계심을 자극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첨단기술 분야를 집중 타격하는 등 전방위 공세를 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에서도 그런 단면이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90일 휴전’을 합의하던 날 멍완저우가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이 후퇴하며 미국과의 휴전에 매달리자 다른 기습공격으로 허를 찌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포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멍완저우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타격을 입히고, 반도체 제조업체 푸젠진화반도체도 타깃으로 삼았다. 화웨이도 비슷한 연장선이다. 미국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해 왔고,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어 영국과 일본도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미국에서 부품 공급을 받지 못한다면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멍완저우 체포는 중국의 ‘기술 굴기’와 ‘중국제조 2025’를 타깃으로 철저한 계산 아래 이뤄진 ‘기습’이란 느낌이다. 어쨌든 90일 휴전을 성과로 홍보하던 시 주석은 뒤통수를 맞고 심하게 체면을 구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작전도 성공했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 야심’과 ‘중국 위협론’을 부각하면서 시 주석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해선 ‘다른 나라의 자산을 약탈하는 수단’으로 비난했다. 그런 탓인지 유럽은 미국의 보호무역을 비난하면서도 중국과의 공조는 거부했다. 주요국 가운데 중국 편은 러시아 정도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에서 확산되는 일대일로 반작용 역시 미국의 교란작전 탓일 수 있다. 미국은 그러나 중국이 각종 군사시설 구축으로 실효지배를 굳혀가는 남중국해에서는 정면충돌을 피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군함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아내는 수준이다. 남중국해에서 한때 중국 군함과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미국은 해상교통의 요지인 남중국해 제해권을 중국에 넘겨주기는 어려워 언제 충돌이 빚어질지 모른다.

그럼 중국과 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궁극적으로 보면 세계 패권을 놓고 겨루는 전쟁이다. 현재 미국 매파들은 중국이 완전한 항복을 선언하기 전까지 싸움을 멈추지 말자는 분위기다. 중국이 미국의 지위를 넘보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자는 것이다. 실제로 부채 문제가 심각한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민영기업 파산과 경제성장률 둔화까지 겹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대장정과 수천만명이 굶어 죽은 대약진운동, 끔찍한 문화대혁명을 견뎌낸 나라여서 미국이 쉽게 굴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중 대충돌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베이징=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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