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방 결단 못 내리는 김정은…남측 테러 위협·군부 반대 때문?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에 답을 주지 않고 있는 배경에 남측에서의 테러 위협과 함께 군부의 반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이 각종 매체를 동원해 김 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하는 남측 보수 세력에 대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0일 ‘민족의 명부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각 계층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서울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는 여러 사회단체를 구성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어 “이와는 심히 대치되게 남조선 극우보수 단체인 ‘태극기부대’ 것들이 북남 사이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파탄시키기 위해 미친 듯 발광하고 있다”며 “태극기부대 것들은 각 계층의 서울 방문 환영 행사장까지 뛰어들어 공화국기를 훼손하는 망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백두청산위원회’라는 단체를 조직해 서울 수뇌 상봉(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 주요 관계자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망동을 벌이는 한편, 1000여명의 건달과 깡패들을 긁어모아 ‘테러단’과 ‘특공단’까지 조직하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고 힐난했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도 태극기부대를 언급하며 “해방 직후 반북 대결과 백색테러로 악명을 떨친 ‘서북청년단’을 연상시키는 ‘백두청산위원회’라는 극우반북 단체를 조직하고 ‘테러단’ ‘특공단’의 조직을 공공연히 운운하며 피비린 살기를 풍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최고 존엄(김 위원장)의 안전과 김 위원장이 남측에서 마주할지도 모르는 각종 ‘불경한 시위’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온다면 남한 내 동선이 제한돼 방남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방남을 놓고 북한 군부 등에서는 방남 시 안전 문제를 직언하는 등 이른바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 혼란을 다독이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 역시 “북한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가 정세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며 “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주민 생활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자 군부 등에서 비핵화 회의론도 제기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비핵화 이후 한반도’ 국제 콘퍼런스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혹은 내년 초 서울 답방에 대해 “북·미 관계를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답방 간 순서에 대해 “어느 쪽으로 가도 상당히 보완적이고 선순환 관계”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서울 답방이 북·미 회담보다 먼저 이뤄질 경우 “북·미 간 어려움에 대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얘기하고, 김 위원장이 거기에 대안을 마련한다면 북·미 관계의 교착을 풀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측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10~20번 넘게 전화를 했지만, 아직 평양으로부터 답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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