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결단만 남았다… 靑 “연내 답방 재촉하지 않겠다”

남북이 한강 하구 공동 수로조사를 마무리 지은 9일 하구 공동이용수역의 우리 조사선에서 김양수(오른쪽) 해양수산부 차관과 북측 조사단장 오명철 대좌가 악수하고 있다. 남북은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이뤄진 공동 수로조사에서 35일간 660㎞를 측량했다. 국방홍보원 제공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약 석 달간 답방 시기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달 남은 3주간 김 위원장의 방남 시기별로 숙소와 동선을 각각 검토 중이지만 연내 답방 불발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북측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기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측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북측에 메시지는 충분이 전달돼 있다. 그쪽도 고려할 사항이 많기에 노심초사하지 않고 담담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하겠지만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라고 못 박고 할 상황은 아니다”며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향후 3주간 서울 주요 호텔 등에 북한 방문단의 숙소를 분산 예약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남 시기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예약했을 뿐 북한으로부터 답이 오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주 방문 가능성도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지금까지 진척된 상황이나 (북한으로부터) 별다른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김 위원장 방남은 현재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여러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두 정상의 이행 의지는 분명하며 구체적 일정과 절차는 계속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과 여러 채널을 통해 물밑에서 접촉하며 경호, 의전, 숙소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 선발대의 선(先) 방남 기간 등을 고려해 답방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일단 김 위원장의 방남을 1박2일 일정으로 예상하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김 위원장 신변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2박3일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방문에 맞춰 반북 감정이 분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때 당일치기 방문 전망까지 나왔지만 청와대는 김 위원장 방문의 상징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이 경우 일정은 실무방문 격이지만 의전은 국빈방문에 준해 갖출 예정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방남 시기로 17일 전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일인 16일 김 위원장이 방남한다면 교통통제가 쉽고, 범정부적 대응 태세를 갖추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1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이지만 최근 북한 분위기로 볼 때 이날을 꼭 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정부가 북한에 전달한 초청 시기 가운데 17일 전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지나치게 북한에 목을 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아직 일정은 고사하고 답방 날짜부터 깜깜이인데 세계 어느 민주국가가 정상회담 일정을 이렇게 잡느냐”고 따졌다. 이어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민주국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절차와 과정이 있고, 지켜야 할 자존심과 격이 있다”며 “지금은 답방보다 지연된 비핵화 협상 진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강준구 박세환 지호일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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