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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파일] 많이 먹으면 키 클까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원장님, 밥 잘 먹는 약 좀 지어주세요.” 무조건 많이 먹이는 것만이 해답일까? 몇 달 전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밥 잘 먹는 약을 지어달라는 부모의 성화에 당황했던 적이 있다. 아이가 입이 짧아 키가 기대만큼 안 큰다는 게 이유였다.

잔뜩 기가 죽어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또래보다 왜소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평소 밥을 잘 먹지 않고 허약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밥 먹는 것이 하나도 즐겁지 않다고 답했다. 밥만 먹으면 늘 속이 불편했다고 한다.

키 성장에 유전이 미치는 영향은 23% 정도이고, 영양 운동 환경 등 후천적 환경의 영향이 77%다. 두말할 필요 없이 영양 섭취, ‘잘 먹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많이 먹는 것’만이 잘 먹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시대에는 하루 세끼를 얼마나 규칙적으로 균형 있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면역력을 높이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는 한약을 아이에게 처방했다. 더불어 학부모에게는 아이가 식사를 할 때 절대 ‘빨리 먹어라’ ‘더 먹어라’ ‘이거 저거 먹어라’ 재촉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은 소화기관이 약하고 장 건강이 약하거나 예민한 경우가 많다. 영양분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스트레스까지 받으니 키 크는 데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게 적당량의 식사를 적당한 시간에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요즘에는 라면 자장면 피자 치킨 등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이 많다. 비만아가 증가하는 이유다. 비만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질과산화물 같은 노폐물을 증가시키는데, 혈관 내 노폐물은 성장판에 유입되는 미세한 혈관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키가 크는 데 제일 중요한 대퇴골과 정강이뼈 발육에도 부담을 준다.

더 심각한 것은 비만인 상태가 오래가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시상하부, 부신, 뇌하수체 등에 작용해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성조숙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조숙증은 아이가 키가 클 수 있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아이들이 성장기 때 영양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모름지기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적절한 운동과 함께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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