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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 저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입니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부모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난해 말 국내에 들어온 새 치료제를 하루 빨리 사용하게 해 달라며 써 보낸 손편지. 정부는 최근 이 고가 약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재정부담 등 이유로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제공


한번 주삿값이 1억원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꼽히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SMA는 온몸의 근육이 점차 약해져 신체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고 혼자서는 간단한 일상생활도 하기 힘들어지는 병이다.

그간 물리·재활치료 밖에 못받았던 상황에서 해외에서 개발된 유일한 SMA 치료제(스핀라자)가 지난해 말 국내에 들어오면서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비쳤다.

환자와 가족들은 올해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 22명 전원에게 새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촉구하는 손편지를 써 보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국민일보 3월 6일자 17면 보도). 또 지난 4월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8월엔 문재인 대통령에게 환자들이 하루빨리 치료제를 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월부터 7개월여간 이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해 왔다. 그리고 지난 22일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화와 비급여 여부를 처음 논의했으나 최종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심평원 관계자는 26일 “하루가 급한 환자들에게 시급성은 인정하지만 ‘억’ 소리나는 약값 때문에 재정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치료제는 미국 기준으로 1회 주사에 한화 약 1억4000만원, 일본에선 약 9100만원이 든다. 치료 첫해에 6차례, 이후 매해 3차례 주사를 맞아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재정 부담이 생긴다.

환자와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문종민 회장은 “지난달에도 열 살 아이 1명이 치료제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났다”면서 “연령이나 유전자형, 질환의 중증도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이 건보 혜택(산정특례 적용시 10% 본인부담)을 받길 바라지만 건보재정이 문제라면 아이들부터라도 먼저 해주고 이후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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