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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는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 상징물”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출판사 이다북스에서 만난 이근미씨. 이다북스 대표이기도 한 그는 “나무에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국의 스테디셀러를 일별하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길어 올리는 논문을 쓰려고 했지만 참고할 만한 자료가 너무 없었다.

왠지 모를 사명감이 생겼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국내 스테디셀러를 다룬 논문을 완성했고, 이 연구물로 지난 8월 서울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논문을 다듬어 최근 단행본까지 출간했다. 제목은 ‘우리 시대의 스테디셀러’(이다북스). 길게는 70년 넘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스테디셀러들을 면밀히 살핀 신간이다.

이런 책을 펴낸 주인공은 1인 출판사 이다북스를 운영하는 이근미(45)씨다. 최근 서울 마포구 이다북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논문을 준비하며 정말 힘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베스트셀러를 다룬 논문은 국내에 48개 정도 되는데 스테디셀러 관련 연구물은 거의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스테디셀러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더군요. 그렇다 보니 관련 통계나 각종 데이터를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만한 스테디셀러는 있을 터. 이씨는 30여종의 책을 추렸다. 문학 과학 아동 역사 자기계발 실용서 등으로 분야를 나눠 이들 분야를 대표할 만한 책들을 골랐다. ‘백범일지’ ‘어린왕자’ ‘수학의 정석’ ‘총, 균, 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엄마를 부탁해’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그는 이들 책이 지니는 가치를 이런 문장들로 설명했다.

“스테디셀러는 한 사회 체제와 구조 내부에서 비롯된 사회 및 사회 구성원들의 시대적이며 지속적인 요구가 반영된 산물이다”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를 지닌 상징물이다” “구성원들의 본질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보편적인 정서이자 공통된 가치관이 일군 성과물이다”….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한 권만 고른다면 어떤 작품을 언급해야 할까. 이씨는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꼽았다. 그는 “시집에 실린 ‘서시’가 주는 감동이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의 여지도 있을 만한 책이에요. 꼭 다뤄야 하는 작품 중에 빠진 책이 많으니까요. 저 역시도 좀 더 많은 작품을 다루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워요. 저의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스테디셀러를 다룬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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