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일반

마동석 “다작? 이미지 소비? 저도 알죠” 그 솔직한 얘기 [인터뷰]

충무로의 대표적인 다작 배우로 꼽히는 마동석. 그는 “연기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 구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때로 무리해서 빨리 달릴 수도, 반대로 속도가 쳐질 수도 있으나 항상 전체를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성난황소’에서 주인공 동철 역의 마동석이 거구의 폭력배를 들어 올려 천장을 뚫어버린 장면. 쇼박스 제공





올해만 무려 다섯 편이다. 배우 마동석(47)이 주연한 영화의 개봉 편수 말이다. ‘챔피언’ ‘신과함께-인과 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그리고 22일 개봉하는 ‘성난황소’까지. 최근 영화계에서 주연급 배우가 이런 ‘물량 공세’를 쏟아내는 건 이례적이다.

“이번에 유독 작품이 몰린 것처럼 보이는데 2013년에도 9편을 했었어요. 그중 6편이 주연이고 나머지 3편이 특별출연이었죠. 그때는 장르가 다양했는데, 이번엔 액션물만 몰려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워요. 그런데 배급 시기는 배우가 조율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예상했다는 듯 답변을 이어갔다. 거의 1년 내내 촬영 스케줄이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올 들어 처음으로 하루 시간을 내서 인터뷰에 응했다. “아이, 저 그렇게 일만 하지 않아요. 쉴 때는 기사가 안 나오니까 모르시는 것 같은데(웃음).”

최근작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캐릭터들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엿보인다.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에 맞서는 현실판 히어로. 친근하면서도 강인하고 파워풀한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특유의 ‘원 펀치’ 액션과 신체적 특성을 활용한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신작 ‘성난황소’에서 맡은 역할도 큰 틀에선 비슷하다. 거칠었던 과거를 벗어나 수산시장에서 건어물 유통을 하며 사는 건실한 청년 동철 역이다. 한번 화가 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이 납치범(김성오)에게 납치된 아내(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나서면서 사건이 펼쳐진다.

마동석의 다작(多作)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이미지 소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단기간에 여러 작품에서 ‘동어반복’을 계속하다 보면 그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무뎌지고 자칫 대중으로 하여금 식상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동석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90%가 액션물이다. ‘공작’처럼 대사만으로 긴장감을 주는 묵직한 작품들도 좋아하는데, 내게는 그런 제안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 역시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10년 전 사고로 척추와 어깨뼈가 부서졌어요. 2∼3차례 수술을 한 끝에 여기저기 철심을 박았고 무릎 연골도 없어졌죠. 이 상태에서 살을 빼면 나중에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육을 유지하다 보니 역할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범죄도시’(2017) 이후엔 비교적 다양한 작품이 들어오네요.”

여전히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마동석은 “고등학교 때 교회 성극으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난 연기의 기초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현장에 나가서 터지고 굴러봐야 실력이 늘지 않겠나. 지금도 최선을 다해 단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그가 출연하는 작품의 색깔이 워낙 뚜렷한 탓에 ‘마동석 장르’라는 말도 생겨났다. “감사한 말이지만 그런 걸 노리진 않았어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니까 저를 필요로 하시는 분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해야죠.”

액션영화를 사랑하고, 액션영화를 찍고 나면 뭔가 생산해낸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는 마동석은 “저는 ‘록키’(1977)의 실베스터 스탤론을 보고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가 ‘람보’(1982)에서 머리를 기르고 나와도 똑같아 보이더라. 그런 피로감을 영리하게 풀어나가는 게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교포인 마동석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외 진출 의사는 있으나 한국 작품이 먼저라는 입장. ‘부산행’(2016)과 ‘신과함께’ 시리즈, ‘챔피언’이 대만 등에서 흥행을 거두며 아시아 입지는 이미 다졌다. 그는 “내가 가서 찍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한국영화로 외국 박스오피스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