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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정치인의 거짓말



1997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여명에게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하루 동안 나눈 대화를 모두 녹음하게 한 뒤 분석했더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8분에 한 번꼴이라니 이 정도면 거짓말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의 일부가 아닐까.

거짓말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들도 있다.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 존재로서 주변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진화시켜 온 생존본능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거짓말이 인간관계에 윤활유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다. 얼굴에 주름이 패어가는 아내가 화장을 한 뒤 “나 예뻐?”라고 물을 때 ‘헛소리 말라’는 본심을 감추고 “그럼 예쁘지”라고 맞장구치는 남편의 거짓말이 그런 경우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완쾌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의사의 거짓말도 그렇다. 그러나 상대는 물론 사회에 해가 되는 불쾌한 거짓말도 많다. 자기의 허물을 감추고 이익을 챙기고자 명백한 사실까지 부인하고 왜곡하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특히 자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일까.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조사에서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직업군으로 상점 점원, 병원 접수 카운터 근무자, 정치인, 언론인, 변호사, 세일즈맨, 심리학자 등이 꼽혔다. 직업상 필요에 의해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되는 직업군인데 정치인의 거짓말은 특히 큰 논란을 부른다. 거짓말로 곤욕을 치른 유력 정치인은 동서를 가릴 것 없이 허다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8년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성관계 사실을 부인했다가 위증과 사법방해 등의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받았다. 2008년 미 대선 당시 민주당 대권주자로 꼽힌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선거캠프 비디오 작가와의 불륜 사실을 잡아뗐다가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배우 김부선씨와의 내연관계 의혹에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저질 게시글로 도마에 오른 ‘혜경궁 김씨’란 트위터 소유자가 아내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 코너에 몰렸다. 이 지사는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를 둘러싸고 꼬리를 무는 거짓말 논란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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