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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순구] 특별한 특별정상회의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아세안을 핵심 협력 대상으로 삼는 신남방정책 추진 1주년을 맞아 개최돼 건설적인 논의가 많았다. 특히 내년에 한국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별정상회의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세안은 매년 의장국에서 한·미·일·중 등 대화 상대국들과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말한 한·아세안 정상회의도 그 일환이다. 이런 연례 회의와는 별도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통상 10년마다 특정 국가를 방문해 회의하는 것을 특별정상회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2009, 2014년에 제주도와 부산에서 개최한 바 있다. 내년도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 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다. 두 차례나 열렸던 회의를 또 한 번 개최하는데 무엇이 그리 ‘특별’하다는 말일까.

첫째, 3차 특별정상회의 개최 합의 자체가 우리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아세안의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합의를 위한 사전 협의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독 한국과만 5년 만에 다시 특별정상회의를 여는 것에 대한 아세안 측의 부담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균형 외교’를 중시하는 아세안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은 아니다. 실제로 내년에 회의가 열리면 한국은 아세안과 세 차례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최초의 국가가 된다. 미·중 무역갈등을 포함한 유동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동반자로 거듭나려는 한·아세안 양측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특별정상회의는 신남방정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격 외교 행사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신남방정책 추진을 천명한 이래 정부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주력해 왔다.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지난 8월 출범했고, 주아세안대표부를 비롯해 아세안 내 주요 재외공관의 조직과 인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아세안 협력기금과 같은 재원도 확충했다. 한·아세안 협력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기반이 갖춰지게 됐다. 또한 대통령은 2019년까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할 계획이다. 따라서 내년 말 즈음에는 신남방정책 추진 전략이 더욱 정교해지고,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 방안과 성과 사업도 충실히 마련될 것이다. 특별정상회의는 바로 이러한 비전, 전략, 사업들을 양측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절호의 기회이며, 신남방정책 추진에도 새로운 동력이 주입될 것이다.

셋째, 본회의뿐 아니라 다른 정상급 회의 및 부대행사들이 함께 열려 행사를 빛내게 된다. 먼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병행 개최되는 점이 주목된다. 아세안 국가 가운데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메콩 유역 5개국과의 협력을 격상한다는 의미가 크다. 한국과 아세안은 2020년까지 상호 방문객 1500만명, 상호 교역액 20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인적 교류 증대와 함께 양측이 서로 돕는 포용적 성장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특별정상회의에서 양측의 중소벤처기업인들이 직접 만나는 대규모 기업상담회를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북한 정상을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계속 진전된다면 검토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제의로 평가했다. 아세안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안보포럼(ARF) 등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안보 환경 구축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을 이러한 지역 안보 메커니즘에 포용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다. 특별정상회의까지 약 1년이 남았다. 11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문재인정부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인 만큼 남은 시간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신남방정책 ‘화룡점정’의 계기로 삼기 위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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