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의조·‘부활’ 청용… 벤투호 플랜B 괜찮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의조(왼쪽)가 17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A매치 친선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등 주력선수들이 결장한 가운데 열린 이번 경기에서 대표팀은 플랜 B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첫 해외 원정에 나선 ‘파울루 벤투호’가 적진에서 플랜 B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뉴캐슬) 황희찬(함부르크 SV) 정우영(알 사드) 장현수(FC 도쿄)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음에도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원샷 원킬’로 골 결정력을 배가한 황의조(감바 오사카),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한 이청용(보훔) 등이 벤투호를 떠받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대 1로 비겼다. 황의조가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후반 종료 직전 루옹고에 동점골을 허용해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첫 해외원정 부담에다 그간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의 이탈로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보였던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슈팅 수 4대 22대, 유효 슈팅수 2대 9에서 알 수 있듯 이날 경기 주도권은 호주가 갖고 있었다. 호주의 마무리 능력이 좋았다면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해법을 찾았고, 그 포문을 연 것은 황의조였다. 황의조는 호주의 적극적인 압박, 기성용 정우영의 부재로 후방 빌드업(공격 전개)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을 한 번에 반전시켰다. 그는 전반 22분 김민재(전북)로부터 받은 롱패스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책무를 100% 이행했다. 공격 일변도로 몰아붙이던 호주에 뒷공간을 의식하게 만드는 골이기도 했다.

황의조는 소속팀에서도 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내는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3일 우라와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1 균형을 깨는 역전골, 지난 10일 쇼난 벨마레와의 홈경기에서 1대 0 결승골 모두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호주전처럼 공격 찬스를 많이 만들기 힘든 상황에서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최전방 공격수의 존재감은 크다.

이청용은 이날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6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전에서 부활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벤투호에 적잖은 힘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러시아월드컵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던 이청용은 호주전에 선발 출전해 81분을 소화했다. 손흥민의 빈 자리를 대신한 이청용은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와 같은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노련함은 돋보였다.

기성용의 역할을 맡은 황인범(대전), 정우영 대신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주세종(아산) 역시 제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인범은 호주의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호주 선수들을 앞에 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부상을 당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대신해 투입된 주세종도 이날 골문 구석을 향하는 빠르고 정확한 프리킥으로 호주 골문을 위협했다. 주세종의 프리킥은 황의조의 골을 빼면 한국이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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