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카지노 매출 뚝… 마카오 보면 中경제가 보인다




포르투갈의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인생역전의 승부…. ‘동방의 몬테카를로’라던 마카오의 인기도 어쩌면 옛말이 될 모양이다. 한때 4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던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 매출액은 주요 고객인 중국의 경기침체와 함께 최근 수년간 300억 달러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카오에 진출한 라스베이거스 출신 사업자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두려워하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애초 16%로 전망하던 올해 마카오 카지노 사업의 매출액 증가율을 13%로 최근 하향 조정했다. 12%로 예상하던 내년의 증가율은 5%로 더 크게 떨어뜨렸다. 엄청난 규모의 게임 테이블을 보유한 윈 리조트의 경우 4분기 실적 예상치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 20%가량 낮을 것이라고 미리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표적인 카지노 기업인 선시티그룹의 카이 봉 로 이사는 “마카오는 중국의 경기와 정책에 의존한다. 내년을 장밋빛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킷방(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을 중심으로 한 특유의 영업은 여전하지만 마카오의 실적은 분명 예전 같지 못하다. 최대 연휴인 국경절(1∼7일)이 있던 지난달에도 마카오 방문객 수는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15일 마카오 게임감찰협조국(DICJ)에 따르면 포커 룰렛 바카라 블랙잭 등 모든 게임의 총 매출액은 올 들어 3분기까지 270억 달러로 집계됐다. 2013년에는 434억 달러, 2014년에는 423억 달러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마카오를 통해 중국의 경기 둔화를 읽는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카메론 맥나잇 애널리스트는 올 연말까지 마카오의 매출 회복이 힘들다며 특이한 이론을 폈다. 마카오의 경기가 중국 주택시장의 동향을 약 8개월 뒤 따라간다는 주장이었다. 그가 짚은 마카오 경기의 선행지표는 침체된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심 지역의 주택 공실률은 22%였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은 2002년 개방 이후 마카오에 진출한 라스베이거스 출신 사업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윈 리조트, 라스베이거스 샌즈, MGM 리조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마카오 카지노 면허가 2020년 3월부터 만료되기 시작한다. 중국 정부로부터의 면허 갱신이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이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어 우뚝 섰던 마카오는 아시아의 추격자들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중국의 ‘진짜 부자’들은 중국령 마카오가 아닌 타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찾는다는 말도 있다. ‘파라다이스 시티’를 개장한 한국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을 키우는 추세다. 일본도 올해 카지노를 합법화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관측이 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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