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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학습 동아리 ‘살롱 문화’… 젠더 뉴트럴 뜬다

사진=게티이미지




연말이 가까워지면 서점가엔 이듬해 대한민국을 뒤흔들 흐름이 무엇인지 내다본 트렌드서가 쏟아져 나오는데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2019’(미래의창)를 필두로 수많은 트렌드서가 서점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물론 이들 트렌드서를 놓고 이미 유행하는 어떤 흐름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수준이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번뜩이는 대목도 자주 만나게 된다. 몇몇 트렌드서를 통해 2019년 대한민국에서 어떤 현상이 주목받을지 정리해봤다.

일단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다음소프트에서 펴낸 ‘2019 트렌드 노트’(북스톤). 이 책엔 온갖 데이터를 활용한 트렌드 분석이 가득 담겨 있다. 가령 네티즌들이 ‘집에서’라는 단어와 함께 가장 많이 검색한 동사는 무엇일까.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줄곧 1위와 2위를 각각 기록한 동사는 ‘먹다’와 ‘만들다’였다.

하지만 그 아래 랭크된 동사들 순위를 보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2016년 6위를 차지했던 ‘놀다’는 2015년엔 5위에 랭크되더니 이듬해엔 4위로, 올해 8월까지 집계된 데이터에서는 3위로 올라섰다. 사람들이 ‘집에서 놀다’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어떤 변화를 야기할까. 일단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2000년 9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엔 그 규모가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로 퇴근 이후의 삶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분기, 2분기, 7∼8월에 각각 ‘퇴근’과 연관된 키워드의 순위 변화를 보면 ‘맛집’ ‘맥주’ ‘취미’ 같은 단어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가 펴낸 ‘라이프 트렌드 2019’(부키)가 전면에 내세운 키워드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이다. 성(性)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걸 의미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흐릿해지는 걸 뜻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내용은 따로 있다. 바로 살롱의 부활을 예견한 대목이다.

살롱은 19세기 유럽인들이 취향을 공유하고 친분을 쌓는 장소였다. 그런데 이런 살롱이 한국사회에 조금씩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곳곳에는 글쓰기 독서 음악 여행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공부하는 응접실 같은 공간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한국형 살롱의 대표적인 공간은 독립 서점. 독립 서점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자는 “지적 탐닉과 취향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만 있으면 되는 게 지금의 살롱 문화”라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자 새로운 인맥의 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적었다.

‘트렌드 코리아 2019’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펴내는 시리즈다. 10개의 키워드로 내년 트렌드를 전망했는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매너소비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새해엔 소비자의 ‘갑질’ 문제가 더 부각되면서 이른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커벨은 직원은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고, 소비자는 예의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매너의 고양과 워커밸의 진정한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공적·사적 영역에서 이어질 것이다. 진심 어린 매너가 당신을 존경받을 만한 진짜 소비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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