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루니, 벌써 떠나니



2003년 2월 12일 잉글랜드와 호주의 축구 평가전이 열린 영국 런던의 볼린 그라운드. 당시 만 17세 111일의 웨인 루니(33·DC 유나이티드·사진)가 ‘삼사자 군단’으로 처음 경기장을 밟으며 잉글랜드 대표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해 9월 6일 유로 2004 예선전에선 마케도니아를 상대로 대표팀 최연소 골 기록(17세 317일)도 세웠다. 최연소 출전 기록은 2006년 5월 테오 월콧(17세 75일)에 의해 깨졌으나 득점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악동’ 웨인 루니가 16일(한국시간)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고별전을 치른다. 루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버턴에서 달았던 등 번호 10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반 교체 출전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표팀 은퇴를 밝혔던 루니의 A매치 출전 기록 역시 119경기(53골)에서 120경기로 늘게 됐다.

9세에 에버턴 유스팀에 입단해 축구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루니는 17세이던 200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두 시즌을 에버턴에서 보낸 이후 200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팀을 옮겼다.

루니는 이적 후 데뷔전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활약을 예고했다. 맨유에서 13 시즌 동안 559경기에 출전해 253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뤼트 판 니스텔로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박지성, 라이언 긱스 등과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난해 친정팀 에버턴으로 돌아가 한 시즌을 보낸 후 올 시즌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겨 프로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시즌 중반 이적했음에도 12골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루니는 타고난 골 감각을 갖췄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다혈질 성격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적잖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례로 2006 독일월드컵 8강에서 팀 동료 호날두를 상대편으로 만난 루니는 호날두가 자신의 퇴장을 유도했다며 호날두와 말다툼을 벌였다. 경기장 밖에선 음주운전, 가정폭력, 성매매, 도박으로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사우스 게이트 축구 대표팀 감독과 선수 대부분은 루니의 대표팀 고별전을 반기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이자 A매치 125회 출전 기록을 가진 피터 실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루니의 고별전과 관련해 “매우 놀랐다”며 “대표팀은 선물처럼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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