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타이거, 타임캡슐로… 소장하고픈 음반 만들었다”

타이거JK가 1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드렁큰타이거 마지막 음반 출시를 기념하는 음악감상회를 열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음악평론가 김봉현이 지난해 펴낸 ‘한국힙합 에볼루션’(윌북)은 대한민국 힙합 음악의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노래들을 갈무리한 책이었다. 김봉현은 1989년부터 2016년까지 해당 연도에 가장 상징성을 띤 음악을 한 곡씩 선정했는데, 99년을 대표하는 곡으로 꼽은 트랙이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였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앞서 등장한 이들을 모두 가짜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동시에 드렁큰타이거만이 진짜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힙합의 도약과 부흥을 동시대에 미국에서 경험한 그들은 99년 한국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한국에 비로소 ‘진짜 힙합’이 상륙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한때 드렁큰타이거는 한국 힙합의 동의어였다. 2004년 멤버인 DJ 샤인이 탈퇴하면서 팀은 위기를 맞았지만 래퍼인 타이거JK가 팀명을 유지하면서 활동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제 드렁큰타이거라는 팀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타이거JK가 정규 10집 ‘X: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를 끝으로 드렁큰타이거라는 팀명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타이거JK는 1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음악감상회를 열고 “드렁큰타이거로 데뷔할 당시엔 뭔가에 도전하고 부수는 문화가 만들어지던 때였다”며 “이젠 (시대가 바뀐 만큼)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은 타임캡슐에 넣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음반은 그야말로 작심하고 만든 역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작품이다. 무려 30곡이 담겼으며, CD 두 장으로 구성됐다. 음반의 러닝타임은 83분에 달한다. 요즘 음반 시장에서 이런 앨범을 출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음반 한 장은 붐뱁(드럼 사운드를 강조한 힙합의 하위 장르) 성향의 곡으로 채웠고, 나머지 한 장엔 재즈 레게 EDM 등 다채로운 색깔을 띤 음악이 담겨 있다. 타이거JK는 “소장 가치가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반에 목소리를 보탠 ‘피처링 군단’도 화려하다. 도끼 MC메타 수퍼비 면도 은지원 데프콘 등이 참여했다.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나 제이지의 음반에 참여했던 해외 엔지니어들도 가세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으로 발돋움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동참했다는 점이다. RM은 수록곡 ‘타임리스’에서 파워풀한 랩을 들려준다. 타이거JK는 5년 전 자신이 유닛그룹 MFBTY를 결성해 활동하던 시절 경기도 의정부 작업실에서 RM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RM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섭외된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돌 래퍼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RM을 통해 그 편견을 깰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RM과 같이 말랑말랑하고 대중적인 곡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에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느낌의 곡을 고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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