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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백악관은 미·중 무역전쟁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 갈등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 명절 ‘디왈리’ 축하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 백악관 내에서 대중 협상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이 불거졌다. 강경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대중 협상파들을 싸잡아 비난하자 비둘기파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발끈하는 등 설전을 벌였다. 중국 정부는 매체들의 부정적인 경제기사를 통제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을 감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나바로는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누구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며 “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나바로는 심하게 말실수를 했다”며 “그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간담회에서 월가의 은행가·헤지펀드 매니저를 “무보수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로비스트의 임무는 대통령에게 어떻게든 합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월가가 계속 이 협상에 개입한다면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악취를 풍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바로 국장은 비둘기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겨냥해서도 “협상을 안심할 수 없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런 갈등은 오는 30일부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담판을 앞두고 불거졌다. 협상 방식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치열한 노선싸움으로 해석된다.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지난 9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양국은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현재 모든 레벨에서 소통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자료를 만들며 중국의 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당국은 무역전쟁의 충격이 현실화되자 경제 관련 보도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매체 기자 10여명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인다는 내용이나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어려움, 파산한 민간기업들의 정리해고, 국영기업들의 비효율성 등을 다루는 보도 등이 통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무역전쟁’ 표현을 쓰지 말고, 중국 경제의 약화 요인으로 무역갈등을 꼽는 것도 피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한 잡지사 편집자는 “경제 보도가 과거 정치뉴스 수준의 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경제가 이제는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편집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받고 있으며, 문제의 보도에 대해선 삭제 요구와 함께 반성문을 쓰라는 당국자들의 지시가 자주 내려온다. 심한 경우 온라인 발행이 금지되고 기자는 해고될 수도 있다고 한다. ‘불법 보도’를 이유로 지난 8월 한 달간 폐쇄된 뉴스사이트도 있었다. 한 기자는 당국이 7개월간 이주 노동자와 소규모 서점 폐업에 관한 기사 등 40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싱가포르를 공식방문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강연에서 “(중국 경제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대규모 부양책에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역)협상이 상호 존중과 평등, 신뢰의 바탕에서 이뤄져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해법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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