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학습하고 행동하는 스마트폰 시대 연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과 관련한 기능을 대폭 강화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9820(사진)을 14일 공개했다. 내년 출시되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사람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학습도 할 수 있어 본격적인 AI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노스9820에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NPU는 여러 가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로 AI 기능을 고도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NPU는 인간의 뇌와 비슷한 일을 한다. 사물을 구분하고 상황에 맞는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이 경험을 쌓으면 같은 일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듯이 AI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 러닝을 할수록 작업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NPU는 AI가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알맞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NPU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사진을 찍을 때 환경에 적당한 밝기, 조명 등을 알아서 적절하게 조절해줄 수 있다. 사진을 많이 찍을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마치 사진작가가 경력이 쌓일수록 노련해지는 것과 같다.

또 사진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을 인식해 별도로 분류해주거나 사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파악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음성인식도 NPU를 통해 머신 러닝을 계속하면 정확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증강현실(AR)을 구현할 때도 NPU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나 AP로는 AI 학습에 한계가 있었다. CPU나 AP는 인간이 몇 년 걸리는 고도의 계산을 몇 초 만에 하지만 인간의 뇌처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9820은 지난해 출시된 엑시노스9810에 비해 AI 연산능력이 약 7배 향상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엑시노스9820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해 내년 갤럭시S, 노트 신제품과 폴더블폰 등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 탑재될 예정이다.

엑시노스9820은 전 세대 대비 싱글 코어 성능 약 20%, 전력효율 40%, 멀티코어 성능 15%가 향상됐다. 주파수를 8개 묶는 기술로 초당 2Gbps 속도의 내려받기가 가능하다. 5G는 탑재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생태계 구축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고도화된 AI 경험은 TV, 냉장고 등 다른 기기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 해 5억대가량의 기기를 판매한다. AI로 기기를 연동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NPU를 기반으로 한 AI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Xs와 Xr에 A12바이오닉을 탑재했는데 여기에 들어간 뉴럴 엔진이 초당 5조번의 연산을 한다고 강조했다. 퀄컴도 내년 출시할 칩셋에 NPU를 탑재할 예정이고, 화웨이도 자체 AP인 기린970, 980에 NPU를 적용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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