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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풍산개



우리 토종개 중에는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풍속화에 여러 종류의 개가 등장하지만 오늘날 볼 수 있는 토종개는 많지 않다. 일제가 강점기 때 군수용 모피를 조달하려고 토종개를 마구잡이로 도살해 대부분 멸종했기 때문이다. 조선총독부는 ‘야견박살령’을 발동해 중일전쟁 발발 이듬해인 1938년부터 1945년까지 8년 동안 전국에서 150만 마리의 토종개를 잡아들여 껍질을 벗겨갔다. 지금 남아있는 토종개는 대학살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진돗개는 일본의 천연기념물 아키타견이나 기주견을 닮았다는 이유로 1938년 천연기념물(제38호)로 지정돼 학살을 피할 수 있었다. 삽살개는 일제 때 멸종위기까지 갔으나 1960년대 말 이후 민간의 복원 노력으로 명맥이 되살아났다.

풍산개는 함경남도 풍산군 일원에서 기르던 토종개다. 털이 희고 몸집은 진돗개보다 약간 크다. 성질은 온순하지만 영리하고 동작이 빠른 데다 싸울 때는 몹시 사나워 사냥개로 쓰였다고 한다. 북한은 풍산개를 국견(國犬)과 천연기념물(제368호)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증식해 오고 있다.

풍산개가 남한에서 주목을 끈 건 2000년 6월 남북 첫 정상회담 때였다. 당시 남북 정상은 진돗개와 풍산개를 친선의 상징으로 주고받았는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한 게 풍산개였다. 그때 남쪽으로 왔던 풍산개 한 쌍은 청와대를 거쳐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21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금슬 좋게 살다가 2013년 자연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살짜리 풍산개 한 쌍을 선물했다. 암컷 ‘곰이’와 수컷 ‘송강’은 검역절차를 거쳐 9월 27일 판문점을 통해 우리 측에 인계돼 청와대에서 살고 있는데 곰이가 지난 9일 새벽 새끼 6마리를 순산했다. 흰털의 암수 각각 3마리였다. 개의 임신 기간이 두 달 정도라 곰이는 새끼를 밴 상태로 남녘땅에 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위터로 출산 소식을 전하며 “2마리의 선물에 6마리가 더해졌으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남북 관계의 일이 이와 같기만 바란다”고 적었다. 곰이의 출산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의 길이 열리는 길조(吉兆)였으면 좋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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