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달라지는 형상… 무한의 상상으로

대구 중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토닉 크랙 개인전 전시 전경.


볼 때마다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기이한 형태다. 한 쪽에서 보면 불에 타 늘어진 플라스틱 장난감 같기도 하고, 다른 쪽에서 보면 겹겹의 장미꽃을 수직으로 잘라낸 단면 같기도 하다. 동시에 인체의 오장육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국 조각가 토니 크랙(69)의 개인전이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우손갤러리에서 열려 초현실적 조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손갤러리는 2012년 문을 연 지역의 신생 화랑이지만, 한국의 화랑 10여 군데만 심사를 통과한 홍콩 바젤 아트페어에 참가할 정도로 빠르게 입지를 굳혔다. 2012년 개관전으로 토니 크랙 전시를 연 데 이어 6년 만에 다시 그를 초대했다.

크랙은 앤서니 곰리, 애니시 카푸어와 함께 영국의 현대 조각가 3인방으로 통한다. 영국 런던 왕립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인해 생겨난 생활쓰레기를 작품 재료로 가져와 작업을 했다. 이를 접착제 없이 쌓아올려 만든 정육면체 ‘스택’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39세 되던 88년 영국의 권위 있는 터너상을 받았고, 같은 해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2011년,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아래 그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개막일인 지난 8일 둘러본 전시장에는 지난 10년간 몰두해 온 ‘이성적 존재들’ 시리즈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계란형 나무판을 켜켜이 수직으로 쌓아 형태를 만든 대표작과 함께 이를 브론즈,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 다른 재질로 캐스팅을 뜬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크랙의 조각은 작품의 주위를 빙 돌아가면서 봐야 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 형상이 달라진다. 추상의 형태인데도 어떤 구체적 형상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구름을 보며 사람 얼굴을 상상하게 되듯 말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산업생산 체계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실용주의라는 잣대로 통과한 현실 속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 밖에 존재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일종의 은유, 공상과 꿈의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발한 상상의 산물로 보이는 이들 작품들은 치밀한 드로잉과 컴퓨터를 사용한 계산의 결과물이다. 내년 2월 2일까지.

대구=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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