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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법, 특권층 전유물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확인하고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지 올해로 벌써 5년이 지났다. 당시만 해도 암의 발병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과, 발생 확률이 높아 예방적으로 절제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시에 큰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유전자 검사는 더 이상 소수 특권층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유전자 검사는 발병가능성 예측에도 사용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암이나 희귀질환의 유전자 진단에도 활용된다. 최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와 같은 암의 유전적 변이형태에 따른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유방암의 경우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80세까지의 유방암 위험이 69%(BRCA2)∼ 72%(BRCA1)로 높아진다. 변이에 따라 난소암의 위험 역시 각각 17%와 44%로 높아진다. 80%가 유전질환인 희귀질환 역시 그간 병명을 아는 데까지만 평균 7.6년이 소요됐으나, 유전자 진단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는 더 나아가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대입하는 임상도 한창이다. 미국 국립암센터는 암종에 관계없이 종양의 유전적 변화를 기반으로 한 치료 효과를 연구 중이며, 소아암 환자를 대상으로 종양의 유전변화를 기반으로 치료법을 배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단일 검사 방식과 NGS 방식으로 나뉜다. 단일검사는 염기배열 순서를 읽어 변이를 진단하는 데 한 번에 한 가지 유전자를 분석하며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차세대 염기서열기반 검사(NGS)는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가지 유전자를 하나의 패널에서 고속 분석하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정확도가 높은 데이터를 얻어 낸다. NGS 같은 유전자 검사가 항암 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환자 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도록 돕는다는데 있다. 과거에는 암의 병기나 진행상태에 따라 치료 받았다. 그러나 최근 표적이나 면역항암제처럼 유전적 특성에 따라 더 나은 치료 성과를 보이는 치료법이 상용화되면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유방암, 난소암처럼 원인 유전자가 밝혀진 암은 조기에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는 치료를 가능케 해 보다 나은 치료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 역시 변이 여부를 미리 확인해 예방적 치료나 수술로 발병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NGS 검사는 지난해 3월부터 조건부 선별급여(50%)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난소암 등 고형암 10종과 혈액암 6종이 해당된다. 암 진단 시 1회, 재발 또는 치료 불응 시 추가 1회를 받을 수 있으며, 전국 52개 병원(지난해 22개 병원)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의료계에서는 비록 도입 초기이지만 필요한 환자들이 진단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삼성서울병원 김종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유전력이 의심되는 환자나, 변이에 따른 치료제가 있는 질환에서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전략 수립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이는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를 가능케 함으로써 병의 예후나 치료 성적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담당의와 상의를 통해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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