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세계는 변화 중] “민주화 운동 경험 많은 한국 여성계와 연대 희망”

미디어에서 종사하는 여성 네트워크(Women in Media Network Japan·WiMN)의 공동대표 마쓰모토 치에-하야시 요시코.




“언론이 바뀌면 사회도 바뀐다고 생각해요. 우선 언론계나 출입처의 성희롱을 없애기 위해 여기자들이 힘을 합쳐야죠.”

지난 5월 1일 일본의 신문, 통신사, 방송국, 출판사, 온라인미디어 30여곳에서 일하는 여기자 86명이 ‘미디어에서 종사하는 여성 네트워크(WiMN·위민)’를 결성했다. 지난 4월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사무차관의 TV아사히 여기자 성희롱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결성 이후 회원 수가 늘어 지금은 110여명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위민의 하야시 요시코, 마쓰모토 치에 공동대표를 만났다.

2년 전 아사히신문에서 퇴직한 뒤 와세다대학 저널리즘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는 하야시 대표는 “여기자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그동안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TV아사히 여기자의 용기 있는 고발을 계기로 여기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사 기자들 중 여기자 비율은 20%가량이다. 지난 5월 다니구치 마유미 오사카국제대 교수의 조사 결과에 다르면 신문·방송업계의 성폭력 가해자는 직장상사나 동료 40%, 직장 외부 관계자 29%, 경찰·검찰 관계자 12%, 정치인 10%, 공무원 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일본 언론노조 간부인 마쓰모토 대표는 “위민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배 여기자들은 자신들이 성추행 및 성희롱 문제를 참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후배들을 괴롭게 만들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민은 후쿠다 전 차관 사건 당시 피해 여기자를 모욕한 아소 다로 부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받아냈다. 또 TV아사히가 피해 여기자를 업무배제 등의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했다.

위민은 두 공동대표를 비롯해 5명만 실명을 공개한다. 나머지 회원은 익명으로 참가하고 있다. TV아사히 여기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잔인한 공격, 기자에 대해 유난히 중립성·공평성을 요구하는 일본 언론의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다. 마쓰모토 대표는 “지금은 조심스럽지만 언젠가는 모든 회원들의 웃는 사진을 사이트에 내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위민은 단순히 일본 여기자만의 이익단체를 넘어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위민 안에 여러 개의 실무팀도 구성됐다. 언론사 내 성편향적 용어·표현 개선팀, 남녀고용기회균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조항을 넣을 수 있도록 연구하는 팀 등 다양하다.

위민은 해외 언론계 및 여성계와도 연대하길 희망한다. 특히 올해 미투 운동이 뜨거웠던 한국과 빠른 시기에 만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하야시 대표는 “한국은 과거 민주화 운동이나 시민운동의 경험이 지금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여기자들이 여성인권 문제와 관련해 서로 손잡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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