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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사2’ 수현 “아시아 배우로서 배역 책임감 늘 느껴” [인터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주역을 꿰찬 배우 수현. 어릴 적 ‘해리포터’ 번역판이 나오기 전 원어로 된 책을 사서 읽을 정도로 팬이었다는 그는 “배우로 살면서 가끔 ‘인생 되게 재미있네’ 싶을 때가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문화창고 제공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내기니 역을 맡은 수현의 극 중 모습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 배우로서, 제가 맡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배우 수현(본명 김수현·35)의 대답은 단단하고 명료했다. 신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사2’)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물은 참이었다. “백인이 대다수인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에 아시아인으로서 참여했다는 데 의의를 뒀어요. 다만 그런 변화의 목소리가 있다는 건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신동사2’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원작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야기)인 ‘신비한 동물사전’의 후속작. 192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전 세계의 미래가 걸린 마법 대결을 그린다. 이 작품 역시 J.K 롤링이 각본을 썼다.

극 중 수현이 맡은 배역은 저주를 받아 뱀으로 변하게 된 서커스 단원 내기니. ‘악의 화신’ 볼드모트의 애완 뱀으로, 볼드모트가 자신의 영혼을 쪼개어 보관해놓은 호크룩스 중 하나다. 이 같은 설정이 공개된 뒤 아시아계 여배우인 수현이 뱀으로 등장한다는 데 대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만난 수현은 “역할을 받았을 때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못했다”며 “꽤 비중이 있고 전개상 중요한 캐릭터여서 내겐 행운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내기니가 악한 동물로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그녀만의 스토리가 부여된다”고 귀띔했다.

동료 배우들의 면면부터 화려하다.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에디 레드메인을 옆에서 보다니, 엄청난 행운이었죠. 어릴 적 좋아했던 주드 로, 조니 뎁은 역시 멋지더라고요. 제 욕심은, 이렇게 ‘원 오브 어스(One of us·우리 중 한 사람)’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계속해 나가는 거예요.”

함께하는 분량이 가장 많은 에즈라 밀러와는 유독 친해졌다. 둘이 상의한 내용을 감독에게 전달해 디테일한 표현을 바꾼 경우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나이나 경력별로 서열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출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거든요. 감독·작가님이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존중해주시는 편이죠.”

시리즈는 다섯 편까지 예정돼 있다. 수현은 “내기니의 사연이 어떻게 그려질지, 또 해리포터 시리즈와 어떻게 연결이 될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향후 전개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는 “배우들도 촬영한 내용 이외에는 아직 모른다”고 웃었다.

201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르코 폴로’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발을 내디딘 수현은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합류하며 ‘마블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드라마 ‘이퀄스’(2015), 영화 ‘다크타워: 희망의 탑’(2017) 등 꾸준히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진출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말 그대로 이방인이잖아요. 다른 것들 투성이어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많이 외로웠죠. 지금은 한결 편안해졌어요.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어요. 한국에서 익숙해져 있던 틀에서 벗어나니 더 자유로워지더라고요.”

수현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서치’ 같은 작품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할리우드 내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앞으로 아시안 캐릭터가 백인으로 교체된다든지, 한 영화당 한 명의 아시아 배우만 출연할 수 있다든지 하는 식의 룰들이 전부 깨졌으면 좋겠어요.”

비행기 타는 게 일상이다. 체력이 부치더라도 한국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는 게 그의 의지다. 연애나 결혼은 먼 일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일에 집중하는 시기니까. “때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쉽진 않겠다 싶죠. 저는 한곳에 머무를 생각이 없거든요. 기회가 있을 때 계속해야죠. 제 사명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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