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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근교 화담숲서… 설악산 뺨치는 단풍놀이 즐겨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이 다채로운 단풍으로 국내 명산 못지않은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드론을 통해 내려다보면 원앙연못 위로 계곡과 모노레일 사이로 울긋불긋 물든 모습이 장관이다.
 
‘가재계곡’을 가로지르는 ‘약속의 다리’.
 
화담숲을 순환하는 모노레일.
 
다양한 국화꽃으로 단장된 암석·하경정원.


단풍이 절정을 이어가고 있다. 단풍 명소마다 짧은 가을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이고, 도로는 몰려드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여유롭고 편안하게 다양한 단풍을 즐길 수도 있다. 뒷짐 지고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면 마음에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화담숲이다.

화담(和談)숲.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숲’이란 의미다. 2013년 LG상록재단이 자연생태환경 복원과 보호를 위한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생태수목원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바라던 창립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서울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데다 전철로도 갈 수 있어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화담숲의 가을 단풍은 내장산, 오대산, 설악산 등 국내 명산들의 단풍 못지않게 아름답다. 우리나라 숲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빛깔 곱기로 유명한 내장단풍을 비롯해 당단풍, 털단풍, 털참단풍, 서울단풍, 세열단풍, 홍단풍, 청단풍, 산단풍, 고로쇠나무, 적피단풍, 중국단풍, 노르웨이단풍 등 400여 품종의 다채로운 단풍들이 붉고 노랗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담숲은 2016년까지 단풍철 특히 주말에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하루 2만명이 넘게 찾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화담숲은 여유롭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단풍축제 기간 중 주말에 한해 하루 1만5000명 한정으로 사전예약제도를 시행했다. 덕분에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돼 아름다운 단풍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사전예약 인원을 지난해보다 더 줄였다.

화담숲의 단풍이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담숲은 약 135만5000㎡(41만평) 대지에 4000여종의 식물과 동물이 있다. 여기에 가을철 형형색색 단풍이 보태지면서 수목원 전역이 알록달록 물결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단풍은 최저기온이 7도 전후인 날씨가 며칠간 이어져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청명한 날이 계속되면 잎에 당이 많이 남아 단풍색이 밝고 곱게 물든다. 화담숲은 해발 500m 기슭에 자리잡은 지형적 특성뿐 아니라 인근에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이 있을 정도로 큰 일교차를 갖추고 있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운 단풍을 펼쳐놓는다.

입구에 들면 가장 먼저 천년송이라는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숲속산책길과 17개 테마원의 환상여행을 안내한다. 경사가 낮은 데크로드는 전망대까지 이어져 있다. 갈지(之)자로 생긴 길을 천천히 걸어 30∼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화담숲 단풍 풍경의 핵심은 산책길을 굽어 흐르는 ‘가재계곡’ 주변이다. 내장단풍이 무더기로 모여 있어 화려한 색의 향연을 풀어놓는다. 아기 손바닥 모양을 한 잎 모양이 특징이다. 한국 고유 수종으로 잎이 9∼11갈래로 갈라진 당단풍도 놓치지 말자. 특히 이끼원과 가재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약속의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푸른 소나무 사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공작 꼬리처럼 아름답게 물든 세열단풍이 어우러진 소나무정원의 모습도 빼어나다. 하얀 나무껍질에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단풍을 만날 수 있는 자작나무숲과 산책길을 따라 단풍나무들이 식재된 분재원, 암석·하경정원 등도 단풍철 포토존으로 꼽힌다. 단풍철에는 모노레일 2승강장에서 시작하는 숲트레킹코스도 개방해 다양한 관람동선이 가능해졌다. 1000여 그루의 자작나무와 억새, 돌탑과 담쟁이 등이 어우러진 ‘자작나무숲’도 운치 있다. 이곳을 지나면 이내 전망대다. 화담숲과 리조트 스키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단풍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만 낮보다는 아침과 늦은 오후가 제격이다. 나지막이 비추는 햇살이 단풍잎에 내려앉은 시간대다. 광선이 완만하고 부드러워 단풍의 빛깔을 더욱 섬세하게 한다.

단풍과 함께 화담숲의 가을을 다채롭게 하는 가을꽃도 볼거리다. 하얀 구절초와 노란색 감국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낙상홍, 산수유, 산사나무의 붉은 열매까지 화려한 가을 정취를 보탠다.

화담숲은 장애물 없는 관광지다. 15개 테마정원을 따라 걷기 편하도록 완만한 나무데크길로 조성된 5.3㎞ 숲속산책길은 큰 힘 들이지 않고 가을 단풍의 절정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정부의 대표적인 관광정책인 ‘장애물 없는 관광’ 명소로, 어르신이나 아이와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들도 가볍게 산책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7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했다.

화담숲은 11월 4일까지 한 달간 ‘화담숲 단풍축제’를 열고 있다. 사전에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해야 하므로 예약 없이 현장방문했다가 화담숲 입구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전예약은 화담숲 홈페이지(www.hwadamsup.com)에서 가능하다. 방문일자와 시간·인원을 지정해 예매하고 방문 당일 비치된 무인발권기에 예약정보를 입력하면 티켓을 수령할 수 있다. 단풍축제 기간 주말에는 오전 7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마지막 예약시간은 오후 3시40분이다. 평일은 별도 예약 없이 현장구입이 가능하다.

화담숲은 중부고속도로 곤지암나들목이나 고속화도로로 바뀐 3번 국도의 쌍동분기점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또 대중교통으로는 판교∼여주 간 경강선 전철 곤지암역이나 서울 등에서 출발하는 광역버스 곤지암터미널에서 택시로 10∼15분 거리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경로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모노레일 이용 요금은 별도다.

화담숲 주변에는 경기도자문화박물관,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풀짚공예박물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남한산성 등 볼거리가 널려 있다. 광주 인근에 있는 여주에서는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오곡나루 축제가 26∼28일 열린다.

광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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