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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지적 능력 유지하려면 책 읽어야”

영화 ‘홍등’의 원작자로 유명한 중국 작가 쑤퉁은 17일 서울 종로구 대산문화재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쓴 작품이 ‘자기 친구’를 찾아가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독자들과 연결되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최종학 선임기자


“스마트폰 시대에 멍청해지지 않으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소설가 쑤퉁(58)은 17일 서울 종로구 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소수만 똑똑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 소수가 만든 스마트폰과 같은 결과물에 의존하다 보니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은 멍청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했다. 쑤퉁은 공리 주연의 영화 ‘홍등’(감독 장이머우)의 원작 ‘처첩이 무리를 지었네’를 썼다. ‘눈물’ ‘양귀비 집’ ‘강기슭’ 등이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등 10여개 언어로 번역됐고 맨아시아문학상을 비롯해 중국의 권위 있는 루쉰문학상, 마오둔문학상 등을 받았다.

쑤퉁은 거의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며 지나치게 빠른 기술 발전을 우려했다. 그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의존하면서 지적인 능력이 퇴화하고 창의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적인 능력을 어떻게 유지하냐는 질문에 “내 소설을 보면 된다”고 했다가 “농담이다. (지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새 이야기’ ‘쌀’ 등에서 비열한 도시 속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쑤퉁은 “나는 낡은 공장이 많은 쑤저우에서 나고 자랐고 어머니는 시멘트 공장 노동자였다. 이웃에는 굴뚝공들이 살았기 때문에 ‘탕탕탕’ 쇠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다”며 “하층민을 다루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다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도시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그는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오래된 골목과 집은 다 사라졌다. 심지어 내가 살던 집터는 고속도로가 됐다”며 “산업화와 도시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전통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그 속에서 인간성이 상실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쑤퉁의 작품은 국내에 20권 넘게 출간됐다.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사실 난 인기가 많지 않다. 위화(‘허삼관 매혈기’ 등의 작가)가 나보다 훨씬 인기가 많아서 그가 부럽다. 세계적인 관심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답변했다. 재미와 풍자가 있는 그의 작품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작품을 쓰면 그 이야기가 ‘자기 친구’를 찾아간다. 그 작품을 통해 내 마음이 독자들과 연결되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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