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여행

[And 여행] ‘누구의 주제런가∼’ 신비한 해변 모래 그림

경남 거제시 덕포동 하덕마을 덕포해수욕장 모래 위에 그려진 나무 모양의 그림이 자연의 신비함을 보여준다. 썰물 때 물이 빠진 모래사장에 민물이 흐르면서 남긴 아름다운 흔적이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서 본 거가대교 일출. 사장교 주탑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두모몽돌해변
 
덕포해수욕장 씨라인.
 
지난 15일 개관한 '한화 거제 벨버디어'.


경남 거제는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해안선 길이는 오히려 제주도보다 더 길다고 한다. 거제를 찾는 여행객의 상당수는 동부·남부·중부권을 찾는다. 바람의 언덕, 거제해금강, 신선대, 공곶이, 외도 등 거제의 유명 여행지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덜 알려진 북부나 북동부 쪽에도 가볼 곳이 적지 않다. 2010년 개통된 거가대교를 이용해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북쪽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가면 곳곳에 명소가 늘려 있다.

부산 쪽에서 거제도를 찾는 이들은 거가대교를 넘는 순간 ‘거제도의 품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거가대교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동과 거제시 장목면을 연결하는 길이 8.2㎞, 폭 20.5m의 4차선 규모다. 부산∼거제 간 거리를 140㎞에서 60㎞로 단축시켜 통행시간을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대폭 줄였다.

거가대교는 일출 및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하는 해맞이는 유호리하유마을에서 가능하다. 이곳에서 거가대교 3주탑 사장교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태양이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 사이로 붉은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 다리 아래로 조업을 위해 바다로 나아가는 어선과 먹이를 찾아 낮게 비행하는 갈매기들이 어우러져 황홀경을 빚어낸다.

야경은 유호전망대에서 보면 된다. 저도와 대죽도를 잇는 두 개의 사장교가 바다 위로 우뚝 선 전경을 볼 수 있다. 색색의 경관조명을 밝힌 주탑과 차량의 불빛이 환상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바다 위에 반영으로 비친 모습과 멀리 아스라이 이어지는 빛의 행렬이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것 같다.

이어 농소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해변 길이만 2㎞로 거제에서 규모가 가장 큰 몽돌해변이다. 넓은 해변에 고운 자갈들이 가득 깔려있고, 간곡만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바다는 잔잔한 편이다. 몽돌을 쓰다듬는 파도소리는 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가족이나 연인과 몽돌밭에 앉아 그 소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은 충만해진다. 해변을 따라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고 차를 댈 곳도 많다. 건너편에 새로 개장한 한화 거제 벨버디어가 자리한다. 관포마을 지나 나타나는 두모몽돌해변은 거제의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라 조그만 어촌마을이다. 호젓해 조용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인근에 유럽 중세풍을 닮은 매미성이 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2000㎡(약 600여 평)의 밭을 잃게 된 백순삼씨가 어떤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돌로 축대를 쌓다가 성벽과 전망대 등을 조성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해변을 따라 120∼130m 이어진 성곽은 견고함과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성 위에 올라서면 멀리 거가대교가 시야에 잡힌다.

인접한 외포리는 마을 안쪽으로 둥글게 펼쳐진 몽돌해변을 품은 아담한 포구다. 마을 앞 바닷가에 닭의 형상을 닮은 바위가 있어 큰 닭섬이란 뜻을 가진 ‘대계마을’ 또는 ‘큰닭마을’로 불린다.

겨울철 별미인 대구 산지로 유명한 이곳에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태어나서 13세까지 이곳에서 자랐다. 1893년 목조기와로 지어 허물어져 가던 생가는 2001년 5동짜리 기와집으로 복원됐다. 대청 마루 위에 김 전 대통령의 자필 현판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걸려 있고 방에는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찍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바로 옆에 정치인 김영삼의 인생 역정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외포리에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덕포해수욕장이다. 덕포동 하덕마을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길이는 450m, 폭은 40m다. 고운 모래,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 있으며 남쪽 해변에는 200년 이상 된 노송이 우거져 있어 가족들이 휴양하기에 적합하다.

이곳에 자연이 그린 진기한 그림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모래와 물이 만들어낸 문양이다. 썰물 때 해변에서 물이 빠지면 모래사장에 민물이 흐르면서 모래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다. 모래 그림에서 자연의 오묘함이 느껴진다. 미리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를 보고 가는 게 좋다. 특히 아침 일찍 일출 때 찾으면 황금빛 모래 나무를 볼 수 있다. 맑고 푸른 바다를 발아래 두고 짜릿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씨라인(Sea line)과 투명카누를 10월 말까지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바다를 가르는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펭귄 모양의 화장실과 조형물이 이채롭다.

바로 아래 임진왜란 당시 첫 승전고를 울린 옥포해전을 기념해 조성한 옥포대첩기념공원이 나온다. 2년 음력 5월 7일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전라좌수영과 경상우수영 연합 함대가 옥포만에서 왜선 50여척 중 26척을 격침시켰다. 아군 피해는 부상 1명에 그친 혁혁한 전과다.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옥포항으로 눈을 돌리면 대우해양조선의 크레인과 대형 선박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까지 이어지는 8.3㎞의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에는 옥포해전에 출전한 명장들의 이야기가 바다와 함께 펼쳐져 있다.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거제시농업개발원에서 ‘제13회 거제섬꽃축제’가 열린다. 거제시농업개발원이 직접 심고 가꾼 국화분재를 비롯, 가을꽃 조형물, 소품 등이 선보인다. 처음으로 거제부사 부임행차도 재현될 예정이다.

▒ 여행메모

부산역서 거가대교 건너 50분가량 소요 고급 리조트 ‘한화 거제 벨버디어’ 오픈, 470실 규모에 다채로운 시설·프로그램


수도권에서 경남 거제는 멀다. 자가용으로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전으로 간 뒤 통영대전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을 거쳐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4∼5시간 걸린다. 좀 더 빠른 방법도 있다.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로, 또는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뒤 차를 빌려 거제로 향하는 것이다. 부산역에서 거제까지는 50분가량 걸린다. 가덕도를 거쳐 거가대교를 건너면 거제의 북쪽에 닿는다.

거가대교에서 10분 거리인 장목면에 프리미엄 호텔과 프리미엄 리조트를 융합해 고급화 전략을 구현한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가 지난 15일 그랜드 오픈했다. 벨버디어(Belvedere)는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전망’을 뜻한다.

거제 벨버디어는 부지 3만3700평, 연면적 2만7800평 규모에 객실 470실을 갖춘 고급 해양 마리나 리조트 단지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객실과 프라이빗 몽돌 해변, 실내·외 수영장 등을 갖춰 리조트 내에서 휴식과 식음, 레저 활동 등이 모두 가능하다. 또 마리나 라운지를 조성하고 요트 세일링, 아일랜드 호핑투어, 요트 스테이를 비롯해 카약, 제트보트 등 다양한 해양레저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뽀로로 키즈카페’와 드로잉 카페 ‘마이파파베어’, 블록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브릭라이브’ 등 다채로운 시설로 키즈 엔터테인먼트 존을 조성했다.

여기에 ‘냉장고를 부탁해’로 유명한 이재훈 셰프와 제휴를 맺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사르데냐’와 마리나 테라스에서 즐길 수 있는 씨푸드 레스토랑 ‘바 마요르카’를 운영한다. ‘고메이’에서는 거제뿐 아니라 경남 지역의 맛집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부산에서 시작된 커피 브랜드 ‘블랙업 커피’도 입점했다.

거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