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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은 외로운 어린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

동시를 쓰는 김응(오른쪽)과 동화를 짓는 김유 작가 자매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긍정한다는 뜻으로 ‘응(應)’, 즐겁게 살라는 의미로 ‘유(遊)’란 필명을 서로에게 지어줬다고 설명했다. 이병주 기자


언니가 열두 살, 동생이 일곱 살 때 엄마 아빠는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자매는 두 손을 잡고 30여년간 함께 걸어왔다. 동시 쓰는 언니 김응(44)과 동화 짓는 동생 김유(39)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에서 만났다. 비슷한 머리 모양에 데님 재킷을 나란히 입은 자매는 언뜻 보면 쌍둥이 같았다.

“엄마가 1년 반 정도 먼저 위암으로 투병하셨는데 간병하던 아빠도 같은 병으로 1985년 함께 돌아가셨어요. 위로 언니 셋이 더 있는데, 직장과 학교 다니느라 바빴고 동생이랑 저랑 주로 시간을 보냈지요.” 언니의 얘기다.

“학교에서 옷에 오줌을 싼 적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언니를 불렀죠. 언니가 집에 데리고 가서 씻겨주고 옷을 갈아입혔어요. 엄마 같은 언니였어요.” 동생의 기억이다. 그러자 언니는 웃으며 이렇게 보탰다. “어릴 때 잔소리를 하도 해서 그런지 지금도 가끔 ‘언니 말 들을 거야, 안 들을 거야?’ 그래요.”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 얘기는 동생이 스무 살 다 돼서야 들려준 건데, 엄마 아빠가 없다고 애들이 동생을 따돌리고 어떤 날은 돌멩이까지 던지며 놀렸다고 해요.” 언니의 얘기에 동생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그래도 자매는 그때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이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한번은 둘째언니 담임선생님이 소고기를 사 가지고 가정방문을 오셨어요. 동네 아주머니에게 소고기를 맡기며 저희에게 먹여달라고 하셨는데, 환하게 웃으시던 그 얼굴, 소고기 먹을 생각에 가슴 부풀었던 기억은 지금도 따뜻하게 남아 있어요.”

문학을 좋아하던 두 사람은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일했고, 비슷한 시기에 동시와 동화로 각각 등단했다. 언니는 동시집 ‘개떡 똥떡’ 등으로 인정받는 동시 작가가 됐고, 동생은 2012년 동화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로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한 뒤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둘은 어린이들의 고민을 듣고 답장을 쓴 책 ‘걱정 먹는 우체통’(2015) 등을 함께 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우리 얘기를 들어주고 우리 손을 잡아주던 분들이 기억나요. 저희도 아이들에게 그런 좋은 기억을 주고 싶어서 기획해봤어요.” 자매가 아동문학가의 길을 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아동문학은 외로운 어린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인 것 같아요. 우리가 쓰는 글이 아이들에게 응원이 되면 좋겠어요.”

둘은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언제든 인생을 즐겁게 지낼 이성이 있다면 함께할 생각이다. 자매는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책 ‘아직도 같이 삽니다’(웃는돌고래)를 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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