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필수 요소는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이 감정인식 기술을 시연하고 있는 장면. 안면부의 70여개 특징점과 음성인식 결과를 종합해 운전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 제공


서울의 한 마케팅업체에서 일하는 김 과장은 거래처 담당자와 미팅을 위해 회사 후배와 함께 대전으로 출장을 가는 중이다. 운전 중인 김 과장은 몇 시간 뒤 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이 걱정이지만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수석에 탄 후배는 김 과장의 이런 마음을 모르지만 자동차는 김 과장 마음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조용한 음악들을 골라 틀어준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 차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음성 및 영상인식 기술이다.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손을 잡거나 자체 연구센터에 인력을 확충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플랫폼을 두고 구글, 아마존 등 굴지의 IT업계와 기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 ‘엠 스타트’ 공모전에서 선정된 국내 유망 스타트업 2곳과 협업 및 공동개발을 검토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기술에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모두 AI를 기반으로 한 영상과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제네시스랩’은 위의 사례처럼 AI 비서가 운전자의 감정을 분석해 음악을 틀어주거나 조명을 바꿔주는 기술을, ‘링크플로우’는 차량의 유리창을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활용해 승객이 가상 쇼핑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기술을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자동차업체와 IT업체가 협업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T기업 소프트뱅크와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와 도요타가 각각 50.25%, 49.75% 비율로 출자해 만든 합작 기업은 ‘모네 테크놀로지스’로 AI 기술과 차량 공유 시스템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최근 AI 기술과 차량사업에 주목해 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통 플랫폼을 갖추는 기업이 경쟁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해 자동차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예고했다.

최근 공개한 신차에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시애틀엔 아마존 본사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북미 R&D센터 본사는 실리콘 밸리 서니베일에 위치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연구 인력을 스카우트하기에도 좋은 위치”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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