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히면 하늘 난다… 플라잉카 시대 임박

아우디와 이탈디자인, 에어버스가 협업해 만든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 전기 플라잉카 ‘팝 업 넥스트’. 자동차 모듈과 비행 모듈로 나뉘어 있어 상황에 따라 하늘을 날거나 땅 위를 달릴 수 있다. 아우디 제공


“머글(인간)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보는 데 익숙치 않아.”

영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포드 앵글리아’를 기억할 것이다. 개학날 아침 기차를 놓친 주인공 해리와 친구 론 위즐리는 포드 앵글리아를 타고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향한다. 포드 앵글리아가 바로 플라잉카 즉,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해리와 론은 포드 앵글리아를 타고 날아서 등교하다가 인간의 눈에 띄는 바람에 정체를 들킬 위험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경고를 받는다.

영화에 나오는 ‘포드 앵글리아 105E’ 모델은 1959년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서 2도어 4인승으로 실제 출시한 제품이다. 영화에서는 이 자동차에 마법이 걸려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해리 포터뿐만 아니라 미래를 그린 많은 영화에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몇 년 안에 사람들이 플라잉카를 타고 다니는 모습에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글로벌 스타트업과 자동차 제조사들이 순수 전기 플라잉카 혹은 하이브리드 플라잉카의 형태로 개발해 이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엔가젯 등 해외 IT 전문 매체들은 최근 미국의 플라잉카 스타트업 테라푸지아가 플라잉카 모델인 ‘트랜지션’을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오랜 시간의 비행 테스트를 진행한 트랜지션은 테라푸지아가 2006년 공개한 모델이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졸업생들이 설립한 테라푸지아는 지난해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하면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상용화 일정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자동차회사인 볼보를 인수한 기업이다.

트랜지션은 2인승으로 소형 항공기와 같이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자동차처럼 땅 위를 달릴 수도 있는 형태다. 날개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비행거리는 최대 643㎞, 비행 속도는 최고 160㎞/h로 알려져 있다. 테라푸지아는 차기 모델인 ‘TF-X’도 2023년 출시할 계획이다.

플라잉카를 개발 중인 건 테라푸지아만이 아니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타는 자동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영국의 고급 스포츠카 제조사 애스턴 마틴은 지난 7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콘셉트 플라잉카 ‘볼란테 비전 콘셉트’를 공개했다. 이 럭셔리 플라잉카는 3인승 자율주행 하이브리드카로 롤스로이스, 크랜필드대 등과 함께 개발했다고 애스턴 마틴 측은 전했다. 상용화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앞으로 2년 안에 비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토요타 북미법인은 최근 플라잉카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동차 바퀴를 날개로 전환해 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특허다. 이 플라잉카는 원통형 차체에 네 바퀴를 연결한 프레임을 결합한 형태인데, 도로를 달릴 때는 바퀴로 사용하는 것을 하늘을 날 때는 날개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토요타는 일본 내 업계 전문가들이 만든 플라잉카 개발 조직 카티베이터에 향후 3년간 4250만엔(약 4억2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카티베이터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플라잉카를 선보이고 이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는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회사 이탈디자인과 함께 개발한 플라잉카 ‘팝 업 넥스트’를 선보였다.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를 공개한 것인데, 초경량화를 실현한 순수 전기 이동수단으로 2인승 자동차 모듈과 비행 모듈로 구분돼 있다. 자동차 모듈에 비행 모듈을 도킹하면 비행이 가능한 것이다.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됐다. 완전히 충전하면 50㎞ 가량 주행할 수 있으며 130km를 비행할 수 있다. 아우디는 지난 3월 팝 업 넥스트를 공개한 뒤 6월에는 독일 잉골슈타트시에서 에어택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정부 허가를 받았다.

해외 자동차 및 항공기 제조업체들과 정부가 플라잉카 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첨단 기술을 개발해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는 목표도 있지만 심각한 도시 교통난을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앤디 파머 애스턴 마틴 최고경영자(CEO)는 플라잉카를 공개하면서 “도심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난은 이미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는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플라잉카는 미래 교통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함께 플라잉택시 개발 프로젝트 ‘엘리베이트’를 진행 중인 미국의 카헤일링(차량 호출) 업체 우버는 3년 안에 플라잉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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