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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남희 “사실성 살리려 일본 말투 연습 무한 반복했죠”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배우 김남희. 그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지훈 기자


“감독님 입장에서는 도박이었을 거예요. 큰 역할을 맡아본 적 없고, 일본어도 모르는 제게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주신 거죠.”

도박은 성공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에서 일본군 대좌 모리 다카시를 연기한 배우 김남희(32)를 두고 하는 말이다. 관자놀이에 솟은 핏줄에서도 섬뜩함이 느껴지던 잔학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나쁜 역할이 정말 나쁘게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미스터 션샤인’은 20세기 초 의병들의 치열한 항일투쟁사를 다룬다. 모리 다카시가 일제의 만행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스토리의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드라마 출연이 확정된 후에는 다카시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에 사는 지인과 한 달간 합숙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말투’는 가장 신경을 쏟은 부분 중 하나다. 일본어는 극 중 사사키 소좌 역으로 출연한 재일교포 출신 배우 공대유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남희는 “단어, 문장, 억양 순으로 다 외운 다음 그 위에 연기를 입히는 과정을 무한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일본어로만 돼 있던 대본에 한국어가 추가되면서 고민이 더 커졌어요. 한국어를 잘해도 일본 사람은 어려운 발음이 있잖아요. 모티브를 따온 건 일본에서 오래 생활한 추성훈 선수예요. 추 선수가 출연한 토크쇼와 예능을 일일이 다 뒤져봤어요. 유튜브에서 원어민 선생님들의 일어 강의 영상을 많이 찾아보기도 했어요. 일본어 말고 그분들의 한국어 발음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죠(웃음).”

고등학교 3학년 때 등굣길에 있는 반지하 연기 연습실에 우연히 들르면서 연기의 꿈을 갖게 된 김남희는 지금까지 주로 연극 무대와 독립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청춘예찬’(2013)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장서희)의 스토커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제작진이 만든 ‘도깨비’에서는 과로사한 응급실 의사로 단역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 욕심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고 말한 그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욕심을 조금 낸다면 인기나 돈을 좇기보다 역사에 남을 만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여명의 눈동자’ ‘야인시대’ ‘허준’ 같은 작품이요. 다른 작품에서도 다카시가 보일 것 같다는 걱정도 있는데 다음엔 ‘저 사람이 다카시였어?’하고 놀랄 정도의 연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강경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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