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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검증] 평가 엇갈리는 남북 해상 합의, 실질 이익은 우리가 크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군사 분야 합의문 서명식 장면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야권은 성급한 무장해제라고 맹공을 퍼붓는 반면 여권과 진보진영은 전쟁의 공포를 제거한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득실 계산만으로 군사 합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행 시점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번 합의 대부분은 우발적 충돌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의서 1조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보수진영에선 우리 군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장해제를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은 북측보다 남측이 더 넓어 결과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해상 합의는 남측이 실질적으로 얻어낸 측면이 크다. 백령도 이북 NLL 기준으로 남측의 적대행위 중지 구간이 약 85㎞로 북측(약 50㎞)보다 더 긴 점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측이 크게 양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구역 해안선 길이는 북측 270여㎞, 남측 100㎞로 북측이 더 길다.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해안포는 북한이 남측보다 6배 많다. 이번 합의가 지켜질 경우 ‘한반도 화약고’로 불리는 이 지역 군사적 긴장은 크게 완화될 수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20일 “이 구역에 배치된 포병은 8(북측)대 1(남측) 비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NLL 논란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점은 명확한 한계다. NLL 기준 남북으로 같은 면적의 평화수역을 조성한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을 관철시키지 못한 셈이다. 또 국방부가 전날 서해 적대행위 중지 구간을 80㎞라고 설명했다가 뒤늦게 135㎞라고 정정하며 혼란을 부추긴 책임도 크다. 국방부는 이를 공식 사과했다.

지상 부문 합의 역시 군사대비태세에 구멍을 내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군 일각에선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소초(GP) 철수에 대해 서울이 평양보다 군사분계선(MDL)에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남측이 불리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하지만 우리 군은 GP 후방에 일반전초(GOP) 부대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경계 장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GOP를 별도 운용하지 않는 북한군에 비해 불리할 게 별로 없다. 게다가 북측 GP는 대남 경계뿐 아니라 북한 주민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한다. GP 철수가 북한에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은 남측보다 배 이상 많은 GP를 운용 중이다. 앞으로 남북 같은 수의 GP 철수가 계속 추진될 경우 남측이 불리해진다.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비롯한 공중 적대행위 중지 합의는 북한에 상당 부분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공중 전력은 남측이 북한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갖췄기 때문이다. 육군 군단급 무인정찰기(UAV) 등이 이번 합의로 정찰 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북한 장사정포 340여문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 등을 협의키로 한 점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북한이 일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이미 유예된 상황에서 최소한의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필요한 훈련 실시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마저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낮아졌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응하는 3축인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대량응징보복(KMPR)체계 전력화에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앞으로 미국의 군사적 압박 카드의 효력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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