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비핵화 실천 방안 첫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함께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머지않았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수십년 지속된 비극적인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겠다고 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처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합의했다. 또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종식을 위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도 조기 가동키로 했다. 탄흔(彈痕)으로 점철된 남북 갈등의 역사와 현실화된 북핵 위협을 끝내겠다는 양 정상의 합의가 당장 미국 등 국제사회를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9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이틀째 정상회담을 갖고 ‘9월 평양공동선언’과 그 부속합의서인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양 정상은 6조 14항으로 이뤄진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를 핵무기·핵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간다’는 대원칙을 천명했다. 이어 북한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에 합의하고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검증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것도 명시했다.

남북은 또 부속합의서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서해상에 평화수역을 만들고, 육·해·공에 완충지역을 설정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는 방안을 담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53년부터 65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정전 상태를 넘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며 비핵화 의사를 육성으로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비핵화 합의에 대해 “북한에 대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는 평온하고(calm) 나도 평온하다.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앞서 그는 트위터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종 협상 대상이 될 ‘핵 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 참관하에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는 데 합의했다.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 5·1경기장에서 북한 주민 15만명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했다. 양 정상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에도 전격 합의했다. 또 문 대통령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백두산을 같이 등반한다.

강준구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eyes@kmib.co.kr

9월 평양공동선언 전문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양 정상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당국 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 다방면적 민간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는 등 훌륭한 성과들이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 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현재의 남북 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였으며, 이번 평양 정상회담이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1.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 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문화 및 예술 분야의 교류를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10월 중에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10·4 선언 11주년을 뜻 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 있게 개최하며,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하고, 그를 위한 실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6.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18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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