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멜로 연기 한도초과… ‘안시성’ 제게 기회였죠” [인터뷰]

추석 극장가 기대작 ‘안시성’의 주연배우 조인성. ‘협상’ ‘명당’ 등 쟁쟁한 작품들과의 경쟁을 앞둔 그는 “자신감보다는 내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다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안시성을 지키는 마음으로 (흥행 대결에) 임하겠다. 극 중 대사에도 나오지 않나.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라며 웃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영화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을 연기한 조인성의 극 중 모습. NEW 제공





“멜로를 많이 하다 보니 ‘한도초과’가 왔어요. 연기할 때 자꾸 자기복제를 하니까 저 스스로도 지루해지더라고요. 스트레스도 쌓이고요. 장르 변환이 필요했죠. ‘장르를 통해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자.’ 그 결과가 바로 ‘안시성’이에요.”

배우 조인성(37·사진)의 답변은 솔직 담백했다. 영화 ‘안시성’을 선택한 이유를 물은 참이었다. 전작 ‘쌍화점’(2008) 이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이라 해도 무방하다. 거칠한 피부, 덥수룩한 수염, 대충 틀어 올린 긴 머리…. 우리가 알던 그 ‘꽃미남’은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늠름하게 성민들을 이끄는 양만춘 장군이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조인성은 당나라 황제 이세민(박성웅)의 20만 대군에 맞서 고구려의 작은 성 안시성을 지켜낸 성주 양만춘 역을 맡았다.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박병은 김설현 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한 이 작품에서 그는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조인성이 연기하는 양만춘이라. 기존 사극에서 보던 딱딱하고 중후한 장군 이미지를 떠올리는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그런 의구심을 가지시는 건 당연하다. 나도 시나리오를 받고서 ‘무슨 생각으로 이걸 나한테 줬지’ 싶었다”고 얘기했다.

두 번의 거절 끝에 출연 제안을 승낙했다. ‘도전해보자’는 마음에서였다. “새롭고 젊은 사극을 만들어보겠다는 감독님의 기획 의도에 믿음이 갔다”는 그는 “재벌가 아들 역할만 계속하다 연기 생활을 끝내는 것보다 이런 도전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부담은 있었지만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전형성에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제게는 기회였던 셈이죠. ‘카리스마’라고 하면 흔히 ‘강인한 힘’을 떠올리는데, 사전적 의미는 ‘신이 내려준 특별한 능력’이래요. 양만춘은 빠르게 전략과 전술을 구상하는 건 물론 성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어요. 그 자체가 이 캐릭터의 카리스마라고 생각했죠.”

이번 작품에서 ‘잘생김’을 내려놓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제 외모 담당은 (남)주혁이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자의 매력이 꼭 잘생긴 외모만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면 그 모습이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잘생긴 걸로 승부 볼 나이도 지났고요(웃음).”

순제작비 180억원이 투입된 액션 블록버스터. 이미 알려진 ‘승리의 역사’를 다룬 사극인 만큼 스토리보다는 시원시원한 액션에 방점을 찍었다. 주필산 전투부터 2번의 공성전과 토산 전투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시퀀스들을 박진감 있게 연출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보다 실감 나는 화면을 구현해냈다.

촬영 당시에는 적잖이 고생스러웠다. 여름 무더위와 겨울 맹추위를 견디는 건 기본. 20㎏에 달하는 갑옷을 입은 채 활이나 칼, 창 등의 무기를 휘둘렀다. “갑옷을 입고 액션을 하다 보니 허리와 골반, 다리에 통증이 오더라고요. 의사 처방을 받은 진통제를 먹어가며 촬영했어요. 일반 약은 듣질 않아서….”

99회차에 달하는 촬영 기간 동안 현장 분위기는 유독 좋았다. “처절하게 찍다 보니 동지애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조인성은 “영화를 끝내자마자 든 생각은 ‘살았다’였다”면서 “훗날 돌아봤을 때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지치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회상했다.

1999년 데뷔해 연기자로 살아온 지 어느덧 20년. 조인성은 “연기하는 매 순간이 즐겁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계속 이 길을 걷는 건 “이쯤 되니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연기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저의 가장 큰 달란트가 아닌가 싶어요. 이제 와서 다른 걸 할 용기도 없고요(웃음).”

나이 듦에 대한 초조함은 없다. 도리어 편안함을 느낀다. “예컨대 예전엔 ‘배우가 어떻게’ 하며 예능 출연을 꺼렸어요. 근데 지금은 ‘뭐 어때’ 싶은 거죠. 그런 가벼움이 배우 조인성의 치명적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겼어요. 그게 저를 편하게 만들어줘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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