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이 확실시되면서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5일(현지시간)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 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07년 5.25%였던 기준금리를 금융위기 이후 0.00∼0.25%로 내렸다가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 지난해 3·6·12월, 올해 3·6월까지 모두 7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달러 강세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미 신흥국 자본시장에 대한 매력을 잃은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이들은 자금 회수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외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최악의 경우 부도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전체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0.07%로 2015년(0.20%), 2016년(0.31%), 2017년(0.08%)에 이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흥국의 달러 부채 상환 리스크는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내년 말 만기인 2조7000억 달러의 부채 가운데 달러로 표시된 것은 1조 달러에 육박한다. 외화 부채가 많고 올 들어 자국 통화 가치가 각각 52%와 40% 폭락한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특히 위험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6월 두 나라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스리랑카 파키스탄 이집트 등으로 번진 상태다.

문제는 신흥국들의 기준금리 인상 등 극단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통화 위기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 연준은 올 12월에도 0.25% 포인트 올릴 계획을 내비친 데 이어 내년에도 인상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1990년대 중반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 신흥시장은 멕시코를 시작으로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 부도 사태를 맞았다. WSJ는 과거 신흥시장이 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 경제에 대한 타격을 우려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을 미뤘지만 지금은 그런 염려가 없는 만큼 통화 긴축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신흥시장의 위기는 미국발 무역전쟁의 충격과 겹쳐 증폭될 우려가 높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