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중가 스마트폰 시장 ‘탈환’ 시동

삼성전자 A 갤럭시 이벤트 초대장. 삼성전자 제공


그동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업체에 중가 스마트폰 시장을 내줬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반격이 시작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11일 말레이시아에서 ‘A 갤럭시 이벤트’를 개최한다. A는 삼성전자의 중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갤럭시 A 신제품을 이날 선보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 S, 노트 시리즈가 아닌 제품으로 글로벌 공개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이 직접 참석해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되는 제품은 그동안 고 사장이 공언한 대로 신기술이 적용된 중가 스마트폰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A 제품이 카메라 쪽에서 차별화된 사양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카메라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행사 장소를 말레이시아로 정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동남아시아는 중가 스마트폰 시장의 격전지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A 갤럭시 이벤트는 삼성전자가 중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약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애플도 아이폰Xr로 중가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아이폰Xr의 가격은 749∼899달러(약 84만∼100만원)로 타사 프리미엄폰 가격과 비슷하지만 애플 생태계에서는 중간쯤에 속한다. 애플은 전년 출시 모델인 아이폰7, 8의 출고가를 낮춰 생태계 맨 아래 배치했다. 보급형 시장을 담당했던 아이폰SE는 사실상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과거 아이폰5c로 보급형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실패했다. 낮은 사양, 플라스틱 소재 채택 등으로 외면을 받았다. 반면 아이폰Xr은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Xs에 들어간 최신 사양을 대부분 갖췄다. 당시 실패의 경험으로 애플은 아이폰의 중가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고가 전략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모든 소비자를 섬기기 원한다”면서 “시장에는 다양한 사양과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