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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그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유명 정치인과의 불륜으로 신상 털린 여성 인턴



소설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novel)는 ‘새로운(new)’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novellus)에서 파생됐다. ‘비바, 제인(Young Jane Young)’은 현실에서 아직 보기 힘든 ‘새로운’ 여성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의 어원에 딱 들어맞는다. ‘섬에 있는 서점’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미국 소설가 개브리얼 제빈의 재기 발랄한 신작이다.

주인공은 정치가를 지망하는 20대 초반의 여성 아비바 그로스먼.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그로스먼은 레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그에게 먼저 키스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둘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우연히 차 사고가 나면서 그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그로스먼은 대학 졸업 후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내지만 모두 퇴짜를 맞는다. “행실이 좋지 않다” “스캔들에 연루된 여자” 등등의 꼬리표가 끈질기게 따라붙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관음증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그녀를 옥죈다. 반면 레빈은 공개석상에서 가족과 유권자에게 사과하고 정계에서 승승장구한다.

그로스먼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가 실제 본 사례는 대체로 비관적이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던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는 스캔들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고 은둔했다. 우리나라에선 근래 유력 정치인의 성적 일탈을 고발한 여성들을 조소하는 이들도 많다.

주인공은 과감하게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제인 영으로 개명하고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터를 잡는다. 지역의 여러 행사 기획을 주도하며 그곳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사랑을 받는다. 영은 기회가 왔을 때 시장 후보로 출마한다. 과거가 알려졌지만 제인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떻게 스캔들을 극복했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한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내가 가던 길을 계속 갔지.” 소설은 한 여성이 한 여러 선택들을 매우 극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제인의 어머니, 제인, 제인의 딸, 레빈의 아내, 아비바 5명을 화자로 세우고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성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면서 생기와 재미를 더한다.

스캔들에 연루된 여성은 퇴장하지만 남성은 큰 타격을 입지 않는 현실, 타인의 잘못이나 불행을 파헤치는 우리의 탐욕스러운 호기심 등을 이 소설은 돌아보게 한다. 제빈은 우리 주변의 제인에게 필요한 것이 비난이 아니라 응원이라는 것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매우 지적인 문체로 설득해내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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