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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내겐 아직 꿈이 있다”… 또 다른 도전 나선 ‘흙수저 신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이동희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馬雲·54) 회장이 2019년 9월 10일 회장직에서 내려온다. 고향인 저장성 항저우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영세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과거 영어교사로 재직했던 경험을 되살려 교육 현장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마 회장은 10일 성명을 통해 “이사회 승인을 얻어 알리바바 설립 20주년을 맞는 내년 9월 10일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회장) 자리를 장융(張勇·46) 최고경영자(CEO)에게 승계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저는 10년 전부터 진지하게 물러날 준비를 해왔다”며 “알리바바는 이제 특정한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회사에서 성숙한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회사로 진화했다. 어느 누구도 영원히 회장을 맡을 순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마 회장은 “세상은 넓고 나는 아직 젊다. 이루고 싶은 아름다운 꿈이 많다”며 “교육 현장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장융과 우리 회사의 과도기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며 “저는 2020년 주주총회 때까지는 여전히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 당분간 회사 내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 회장의 경영승계 발표는 54번째 생일에 맞춰 나왔다. 그는 55번째 생일을 맞는 날 자신이 일군 세계적인 기업의 수장에서 내려와 새 길을 개척한다. 55세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 수장 중에서도 ‘청년’에 속하는 나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핏줄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것은 한국의 많은 기업인들에게도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퇴진은 알리바바의 제2의 도약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시장에선 독보적인 입지지만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 회장은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기업인이다. 삼수 끝에 사범대에 합격했고, 입사시험에선 30차례 넘게 떨어졌다. 그는 박봉의 영어교사로 생계를 잇다 31세이던 1995년 인터넷업체를 차렸지만 실패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99년 동료 17명과 2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자본금 50만 위안(약 8000만원)으로 알리바바를 차렸다. 2003년 기업 대 개인(B2C)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에 이어 2004년 전자결제 플랫폼 즈푸바오(알리페이)를 개발해 중국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사업 영역도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컴퓨팅 등으로 확장됐다. 그는 2014년 미국 증시에 알리바바를 상장해 세계적인 거부 대열에 올랐다. 그의 자산은 400억 달러(약 45조원),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약 450조원)에 달한다.

그는 예전부터 ‘교사의 꿈’을 얘기해 왔다. 그가 실제로 교사가 될지, 다양한 교육 사업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4년 전 ‘마윈 재단’을 설립해 시골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마 회장은 롤 모델로 삼아온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의 다양한 기부 행보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의 차기 수장을 맡을 장융은 중국의 최대 쇼핑 행사로 자리 잡은 ‘광군제(光棍節)’를 만든 회계사 출신 CEO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상점을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전략으로 알리바바의 재도약을 이끄는 데 적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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