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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섬나라, 中·서방국 외교 격전지로

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들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외교전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으로 태평양 도서국에 침투하자 미국도 각종 지원과 외교인력 충원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을 불러 모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개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태평양 도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시 주석은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에 태평양 도서국들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APEC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태평양 도서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총인구가 230만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지역이다. 또 하와이, 미드웨이 제도 등 미국의 해군기지와 맞물려 태평양 제해권 장악의 요충지로 꼽힌다.

중국은 2011년 이후 이들 도서국에 총 13억 달러 규모의 원조와 차관을 쏟아부으며 지역 장악력을 키워왔다. 빚에 허덕이다 부채탕감을 요구한 통가를 비롯해 태평양 도서국들의 대중 부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뒤늦게 나섰다. 라이언 징키 미 내무장관은 지난주 통가, 피지,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군사 지원에 700만 달러를, 매년 다국적 합동훈련에 75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또 팔라우와 미크로네시아, 피지 등에 주재하는 외교인력을 증원하기로 했다. 호주는 조만간 투발루에 처음으로 공사를 임명키로 했고, 영국은 내년 5월까지 바누아투와 통가, 사모아에 고등판무관실을 신설키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년 초 태평양 도서국과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대만도 태평양 도서국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젝트 기금으로 200만 달러를 출연하기로 했다.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 11개국 중 대만과 수교한 6개국을 포섭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 정상회의’에서 중국 외교관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소동을 빚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나우루는 인구 1만여명의 소국이지만 중국의 온갖 회유에도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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