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다 무서운 나쁜 소통”…SNS 새 골칫거리 ‘폴리틱 악플러’





정치인·정부조직이 악용… 헤이트 스피치로 인종 폄하
조직적 유언비어로 여론 호도… 단속은커녕 되레 정치적 무기화
미얀마 軍실력자 흘라잉 대표적, 페북에 여론 선동… 로힝야족 학살
두테르테도 대선 때 댓글 부대 트럼프, 혐오 발언 인종차별 촉발
업체는 절대권력 앞에 수수방관



시민과 소통하겠다며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정치인과 정부조직이 업계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증오 조장 발언)’를 쏟아내 약자들을 괴롭히는가하면 조직적으로 가짜 정보를 퍼뜨려 여론을 호도하는 탓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정부가 오히려 헤이트 스피치를 퍼뜨리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7일 미얀마 군부 최고 실력자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의 계정을 폐쇄했다. 하지만 흘라잉은 페이스북 계정 폐쇄 바로 다음 날 동유럽권에서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브콘탁테’에 새 계정을 만들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8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인종 청소할 의도로 대량학살 했다. 특히 군부는 학살에 앞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당시 페이스북에는 “로힝야족이 양곤의 이슬람 사원에서 불탑을 폭파시키려고 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다. 미얀마 내 다수파인 불교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 로힝야족에겐 치명적인 흑색선전이었다. 이 작업에 흘라잉의 개인 계정을 비롯한 18개의 계정, 52개 페이지가 동원됐다. 이들을 팔로우하고 유언비어를 전달받은 페이스북 이용자는 1200만명에 달했다.

군부만이 아니었다.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당시 로힝야족이 자신의 집을 방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진은 가짜였다. 미얀마의 극우 불교단체 ‘마바타(Ma Ba Tha)’도 인종 청소가 자행된 지난해 8월을 전후로 평소보다 3배 많은 게시 글을 올렸다. 주로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군과 정부, 극우단체까지 나선 여론 조작의 종합판이었다. 결과는 미얀마 군부와 불교계 주민들의 습격으로 로힝야족 2만5000여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이웃나라 방글라데시로 떠난 로힝야족 90만명은 1년째 난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의 대처다. 미얀마에선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인터넷 전체 검색량의 80%를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유포되는 정보를 장악하면 미얀마 여론을 쉽게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로힝야족을 매도하는 유언비어를 걸러내지 못했다. 심지어 학살 이후에도 계정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건 1주년을 맞아 유엔이 미얀마에서 조직적인 인종 청소가 있었다는 조사보고서를 낸 뒤에야 관련 계정 삭제조치를 내렸다.

페이스북은 미얀마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유독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이들 국가에서 페이스북에 퍼지는 헤이트 스피치와 가짜 뉴스에 그대로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필리핀에서는 2016년 범죄와 싸우는 전사 이미지를 강조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테르테가 증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범죄자를 즉결처분했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추켜세웠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두테르테가 선거 당시 500여명의 댓글 부대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뉴스웹사이트 ‘래플러’의 CEO 마리아 레사는 두테르테를 지지하고 반정부 인사를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페이스북 계정 26개를 찾아냈다. 이 계정들은 모두 2016년 대선 기간에 만들어졌다. 레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학살 사태는 소셜미디어와 정치의 잘못된 결합이 보여주는 어두운 단면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미얀마와 필리핀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 중 페이스북만 미숙하고 무책임한 대처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는 주로 트위터가 말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트위터 내 헤이트 스피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제임스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자 그 직후 “제임스가 방금 텔레비전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 돈 레먼과 인터뷰를 했다”며 “레먼 때문에 제임스가 똑똑해 보였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종차별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흑인을 싸잡아 지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영국 원외 극우정당 ‘브리티시 퍼스트’의 제이다 프랜슨 부대표가 올린 동영상 3건을 공유했다. 난민이 네덜란드 소년을 때리는 영상, 성모 마리아상을 부수는 영상, 한 무리의 난민이 10대 소년을 지붕에서 밀어뜨리고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로 영상 속 가해자들은 모두 난민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트위터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공유해 난민 혐오를 부추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주장을 여러 차례 올렸지만 트위터는 그를 제재하지 못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모론 사이트 ‘인포워스’ 퇴출 사건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인포워스의 창업자 알렉스 존스는 온라인 방송을 통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는 조작됐다” “9·11 테러는 미국 정부 자작극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내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허무맹랑한 주장들이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유통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페이스북 유튜브 애플 스포티파이 등은 인포워스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소셜미디어가 공화당과 보수적인 목소리를 완전히 차별하고 있다”고 썼다. 헤이트 스피치와 유언비어 유포를 막으려는 소셜미디어의 조치를 정치 탄압으로 둔갑시켜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는 일주일간의 계정 정지 조치만 내렸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증오를 조장하는 표현과 가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운영원칙을 마련해두고 있다. 페이스북은 60대였던 모니터링 컴퓨터를 연말까지 100대로 늘리는 등 증오 조장 표현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최대 고객인 정치인과 정부조직을 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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