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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여행]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빛의 향연’

전북 무주군 무주읍 남대천에서 '제22회 무주반딧불축제'의 한 행사로 낙화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주황빛 불꽃들이 하천으로 꽃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배 위에서 대금 선율이 더해져 잔잔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무주군 부남면 한 마을에서 반딧불이가 밤하늘의 총총한 별과 함께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대한제국 의병장 신명선 등 의병 150여명이 안치된 칠연의총.
 
7개 폭포와 7개 연못이 비경을 펼쳐놓은 칠연폭포.
 
무주읍 향로산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 숲속나무집.


요즘 전북 무주에서는 ‘불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무주를 생태여행 명소로 이름을 알린 반딧불이(천연기념물 322호)의 군무와 무주를 가로지르는 남대천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낙화(落火)놀이가 늦여름 밤하늘을 수놓는다. 청정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의 연초록 빛을 따라가고, 물 위로 떨어지는 주황색 꽃불을 보노라면 마음은 서정으로 가득 찬다.

‘반딧불이의 고장’으로 이름난 무주에는 반딧불이를 테마로 하는 반디랜드가 조성돼 있고 해마다 이맘때 ‘반딧불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 중 야간 투어를 통해 반딧불이를 자연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진한 감동이 남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8 대표축제’ 반딧불 축제가 1일 개막했다. 올해로 22번째를 맞는 축제는 ‘자연의 빛, 생명의 빛, 미래의 빛’을 주제로 9일까지 진행된다. 반딧불이 신비탐사와 반디별 소풍, 반디 소망 풍등 날리기, 1박 2일 무주생태탐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반딧불이 신비탐사’. 개막 첫날 16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형 버스 40대에 나눠 타고 무주군 부남면 한 마을로 살아있는 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오후 7시40분쯤 어둑어둑한 하천변 좁은 길에 들어서자 반딧불이 수백 마리가 은하수를 뿌린 듯 빛을 발하며 어두운 숲에서 화려하게 불꽃비행을 하고 있었다. 천상의 총총한 별빛과 함께 ‘지상의 별’이 됐다.

반딧불이는 교미를 위해 빛을 발한다. 암컷은 날개가 퇴화돼 날 수 없어 풀잎에 붙어 약한 빛을 낸다. 반면 날개가 있는 수컷은 빛을 내며 화사한 ‘혼인 비행’을 한다. 늦반딧불이는 춤사위는 해가 진 뒤 1시간가량 이어진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국내에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3종만 서식한다. 운문산반딧불이가 가장 먼저 나오고, 뒤이어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반딧불이는 종에 따라 빛의 지속성이 다르다. 운문산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는 반짝반짝 점멸하는 반면 늦반딧불이는 쭉 이어진다.

반딧불이의 비행이 자연의 명품이라면 낙화놀이는 사람이 만든 작품이다. 무주읍내 남대천에서 낙화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남대천교 바로 아래에 하천을 가로질러 설치된 철사 줄에 매달린 낙화봉에 불이 붙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대천 위로 주황빛 불꽃들이 쏟아져 내린다. 바람이 잠잠할 땐 고요히 꽃비처럼 내리다가, 바람이 불면 좌우로 흩어져 폭포가 돼 쏟아진다.

귓전에 다가서는 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숯가루, 그리고 물 위에 어리는 불빛의 조화로움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여기에 대금 선율이 더해져 잔잔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0분 남짓 이어진 현란한 ‘여름밤의 불꽃 잔치’가 보는 이들의 시선뿐 아니라 마음마저 빼앗아간다.

낙화놀이는 준비할 때부터 정성이 들어간다. 먼저 뽕나무로 만든 숯을 빻아 가루를 낸다. 말린 쑥을 손으로 비벼 쑥깃을 만든다. 적당한 크기의 소금을 햇볕에 말린다. 한지 위에 숯가루를 깔고 소금도 군데군데 놓은 다음 양 끝에 쑥깃을 놓아 김밥처럼 말아 길이 15∼20㎝, 지름 1∼1.5㎝가량의 낙화봉을 만든다. 무명실을 적당히 끊어 대나무 마디같이 봉에 매듭을 지어 준다. 낙화봉이 타다가 숯가루가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줄에 걸 수 있게 고리를 만들면 낙화봉이 완성된다. 쑥깃에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타들어 가면서 소금을 터지게 해 불씨를 공중에 퍼뜨린다.

무주 낙화놀이는 안성면 금평리 두문마을 주민들이 재연한다. 조선 후기부터 시작돼 일제 강점기인 1939년쯤 중단됐다. 2007년 3월 두문마을 회관 옆 창고에서 시연된 뒤 5월에 복원 재연 행사가 이뤄졌다. 2016년 전북도 무형 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됐다.

안성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칠연계곡이다. 덕유산에 의지해 의병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곳이자 한을 품고 스러진 곳이다.

덕유산국립공원 안성탐방지원센터 인근에 칠연의총이 있다.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바로 닿는다. 칠연의총에서 의병장 신명선이 빠질 수 없다. 대한제국의 핵심 부대였던 시위대 출신으로 1907년 정미7조약이 체결된 뒤 군대가 해산되자 덕유산을 중심으로 동지들을 규합해 의병장이 됐다. 전북 진안·임실·순창에서 일본군과 교전했으며 문태서 의병대와 함께 진안과 경남 거창·함양에서 많은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1908년 4월 장수의 주재소를 습격하고 돌아오다가 칠연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일본군 토벌대의 기습을 받아 휘하 150여명과 함께 전사했다. 살아남은 의병 중 한 명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수습해 안치한 곳이 칠연의총이다.

칠연의총에서 계곡을 따라 10분가량 오르면 문덕소다. 제법 규모가 크고 깊은 못에 쏟아지는 물줄기가 싱그러운 하얀 포말을 만들어낸다. 다시 10여분 오르면 칠연폭포와 동엽령 갈림길.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5분도 안 돼 칠연폭포가 나온다. 암반 사이로 계곡 물줄기가 흐르면서 7개 폭포와 그 아래로 7개 연못을 이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울창한 숲과 계곡의 ‘칠폭칠연’(七瀑七淵)이 어우러지며 비경을 풀어놓는다. 세 곳에 전망대가 있다. 길은 이곳에서 끝난다.

▒ 여행메모

반딧불이 탐사는 매일, 낙화놀이는 7∼9일…이색 숙박·체험 시설 갖춘 향로산자연휴양림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무주읍 방면으로 간다. 축제 기간 무주읍내에는 교통통제가 이뤄진다. 차를 주차해두고 걸어다니는 것이 편하다. 두문마을에 가려면 덕유산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19번 국도를 타고 사전교차로까지 간 뒤 덕유산로로 갈아타고 곧장 가면 된다.

반딧불이 신비탐사는 매일 오후 6시30분에 집합, 7시10분 출발한다. 낙화놀이는 남대천교 인근에서 7∼8일에는 오후 9시∼9시30분, 9일엔 9시30분∼10시에 진행된다.

무주의 숙소로 무주덕유산리조트가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자연휴양림이 곳곳에 들어섰다. 지난 3월말 무주읍 읍내리와 내도리, 오산리 일원에 공식 개장한 향로산자연휴양림(063-322-6884)은 269㏊ 규모에 숙박시설과 체험시설(인공폭포, 바닥분수, 야영장), 모험시설(모노레일) 등을 갖추고 있다.

숙박시설은 나무집, 동굴집 등 다양하고 이색적이다. 면적(19.04㎡∼141.34㎡)에 따라 비수기(평일)에는 4만∼24만원, 성수기엔 5만∼35만원이다.

덕유산자연휴양림(063-322-1097)도 훌륭하다. 순환 임도 옆에 수령 70년생 독일가문비나무 150여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주리조트 주변에 펜션이 여럿 있다. 배방 교차로에서 구천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구천동로 주변에 펜션들이 줄지어 있다. 일반 숙박업소는 무주읍내에 많다.

무주의 대표 먹거리는 어죽이다. 물 맑은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다. 읍내의 금강식당(063-322-0979)과 내도리로 건너가는 앞섬다리 부근의 앞섬마을(063-322-2799), 뒷섬마을의 큰손식당(063-322-3605) 등이 유명하다.

구천동 계곡 입구 별미가든은 산채정식, 무주나들목 만남의광장 반디어촌은 어탕국수와 다슬기 수제비로 이름났다.

무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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