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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흡연자, 소변에 핏빛 비치면 방광암 의심해 봐야”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장인호 교수(왼쪽)가 복강경 수술로 방광암을 제거하고 있다. 방광암의 최대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담배를 오래 피워 온 사람은 정기적으로 비뇨의학과를 방문해 혈뇨가 있는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중앙대병원 제공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장인호 교수


중앙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장인호(46·사진) 교수는 방광암, 전립선암, 신장암 등 비뇨기계 종양 진단 및 치료 전문가다. 종양절제 수술 시 로봇과 복강경을 동시에 활용하는 치료법을 많이 구사하고 있다. 특히 재발위험이 높은 방광암 환자들의 완치율 및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1997년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5∼2007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전임의와 한일병원 비뇨기과장을 거쳐 2008년부터 중앙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에는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Wake Forest University) 재생의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1년간 방광암 치료에 효과적인 줄기세포치료제를 집중 연구하고 돌아왔다. 지금까지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 논문 60여 편을 포함해 연구논문 130여 편을 발표하는 등 학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장 교수는 현재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편집이사 및 편집장, 대한비뇨기감염학회 이사, 대한전립선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광암 수술 시 방광을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에게 물어봤다.

해마다 4000여명 발생, 증가 추세

방광암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설하는 기능을 하는 방광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가리킨다. 암종은 대부분 상피세포종양 형태를 띤다. 진행단계에 따라 방광점막이나 점막하층에만 국한된 ‘비(非)근침윤성’(표재성)과 방광암이 근육층까지 파고드는 ‘근침윤성’, 그리고 주변 장기로 퍼진 ‘전이성’ 방광암으로 나뉜다.

방광암은 비뇨기계통에서는 전립선암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다. 해마다 3000명 이상이 새로 방광암 진단을 받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발견된 신규 방광암 환자 수는 4033명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규 암 발생 21만4701명의 1.9% 수준이다.

남녀 성비는 4.1대 1로 남자가 4배 정도 많다. 2015년 기준 남자 환자가 3245명, 여자 환자는 788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5.7%로 가장 많았고 60대 23.4%, 80대 19.8% 순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78.9%를 차지한다.

방광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은 방광암 발병위험을 2∼10배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특히 남성 방광암 환자의 50∼65%, 여성 방광암 환자의 20∼30%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장 교수는 3일 “담배를 피운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많이 피운 사람일수록, 청소년기부터 일찍 노출된 사람일수록 방광암 위험도가 높아지는 만큼 방광암이 두렵다면 지금 당장 담배부터 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재발률 높아 10명 중 7명꼴 재수술 경험

방광암은 주로 수술, 방사선 치료, 면역요법 및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어느 것으로 치료할지는 병의 진행 정도를 지칭하는 병기와 암세포의 분화도, 환자의 전신상태 등에 따라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비근침윤성 방광암은 요도를 통해 방광경을 삽입한 뒤 암조직만 제거하고(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 근침윤성 방광암은 방광전(全)적출술로 치료한다. 또 암세포가 주위 림프절 또는 다른 장기로 번졌을 때(전이성 방광암)는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 전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반면 암세포가 방광 껍질 쪽에서만 보이는 표재성 방광암은 수술 후 결핵예방백신 BCG를 방광 속에 주입하는 면역요법으로 치료한다.

방광암 극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재발률이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표재성 방광암도 치료 후 1∼2년 내 재발위험이 70%나 되고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진행할 위험 역시 10∼15%에 이른다. 게다가 10∼15%는 첫 진단 때 이미 전이가 이뤄진 상태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방광내시경을 이용한 ‘경요도 방광암 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한 초기 방광암이라도 한 번의 수술로 완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재조합 결핵예방백신 BCG주사로 해결

장 교수가 방광암 치료 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살아 있는 결핵균의 독성을 약화시켜 결핵예방백신으로 만든 BCG를 이용한 항암면역요법이다. BCG를 방광 속에 넣어주면 암 수술 후 재발위험이 70%에서 20%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환자의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되레 방광염 또는 혈뇨를 일으키는 경우다.

장 교수가 방광 내 BCG백신 주입에 따른 이런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 나선 이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방광 내 BCG 주입 시 자연면역반응으로 생기는 ‘항균펩타이드’(AMPs) 발현을 억제해 항암면역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이른바 ‘선천면역회피 유전자재조합 BCG 요법’이다.

‘카르복실 에스터레이즈’(carboxyl esterase)라는 자살유전자를 탑재한 휴먼(인간) 신경줄기세포를 방광암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장 교수는 “동물실험을 통해 방광암 축소율이 평균 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방광암 정복의 기대주로 내심 점찍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암이 방광 근육까지 침투한 근침윤성 방광암의 경우에도 로봇팔과 복강경을 병용하는 인공방광대치술을 시행한다. 재발률을 낮추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방광암 피하려면 금연 실천 필수

방광암을 피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담배가 최대 위험인자이므로 흡연자의 경우 당장 금연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위험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소변에 핏빛이 비치는 혈뇨가 나타나면 즉시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평소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도 과민성방광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흡연자는 물론 과거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방광암 신호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광암이 생겼는지 1차적으로 알아보는 검사로는 소변 속에 혈액이나 암세포가 섞여 있는지 보는 소변검사와 요도를 통해 방광내시경을 넣어 방광 속을 살펴보는 경요도 방광경 검사가 있다. 1차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확진을 위해 골반CT와 초음파, MRI 검사 등이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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