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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당일치기 해외여행 ‘붐’

한국인들이 해외 당일치기 행선지로 가장 선호하는 일본 후쿠오카의 후쿠오카 타워. 픽사베이




해외 당일치기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 매장을 비우기 힘든 자영업자, 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주로 선호한다.

태어난 지 3개월이 안된 아기를 키우는 엄마 A씨. 집에서 아이만 돌보느라 지친 그는 혼자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아이와 오래 떨어질 순 없었다. 알아보니 당일로 일본을 다녀오는 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는 지난달 초 남편에게 아기를 부탁하고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났다. A씨의 여행 목적은 쇼핑. 오전 7시쯤 빈 캐리어 2개를 들고 인천공항을 출발한 그는 후쿠오카의 다양한 가게를 돌아다니며 옷과 생활필수품 등을 사서 캐리어를 채웠고 오후 9시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B씨는 2일 “요즘 주변 아줌마들이 후쿠오카로 당일 여행을 가서 네 끼, 다섯 끼 먹고 오는 것을 자주 본다”고 했다. 마니아들도 있다. C씨는 “하루 쉬는 자영업자이다 보니 일본으로 자주 당일치기 여행을 간다”고 한다.

부산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정민규(31)씨도 얼마 전 해외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정씨는 “매장을 며칠씩 비우기 어려워서 당일로 일본을 다녀왔는데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해외여행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에 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짧고 굵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셈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해외 당일치기를 검색하면 1만개가 넘는 체험기가 올라온다. 1순위 당일치기 여행지는 공항이 도심과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가 그 뒤를 잇는다. 중국은 홍콩과 칭다오가 인기 있는 편이다. 이런 여행이 가능한 것은 몇 년 사이 저가항공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항공권이 저렴해지고 여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잘 짜면 20만원 안팎으로 다녀올 수 있다.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의 경우 후쿠오카 수송객이 2014년 11만8000명에서 지난해 37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말 기준 수송객이 벌써 27만8000명에 달한다. 윤예일 제주항공 홍보팀 차장은 “후쿠오카나 오사카 노선은 아침에 출발해 저녁 무렵 돌아오는 여정이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당일 행선지로 많이 택한다”고 말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가장 좋아하는 여가활동인 여행과 시간이 부족한 우리 현실이 결합하면서 생긴 트렌드라고 본다. 최석호 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인이 가장 원하는 여가활동은 여행이지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TV 시청”이라며 “멀리 가고 싶은 바람과 시간이나 돈이 부족한 현실의 갭(gap)을 줄여주는 게 해외 당일치기 여행”이라고 분석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여행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쇼핑이나 식도락 위주의 여행을 하게 된다. 최 소장은 “당일로 여행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식사와 쇼핑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소비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며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가 점차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당일치기 여행은 ‘빡센’ 한국인 삶에 맞춤한 ‘빡센’ 여행이란 얘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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