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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신입 35년 만에 홀트 수장된 김호현 회장 “북한 아이들 돕겠다”

제20대 홀트아동복지회 수장으로 내정된 김호현 신임 회장이 지난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복지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35년 전 신입사원으로 홀트에 입사한 그는 9월 3일 회장에 취임한다. 이병주 기자


1983년 당시 ‘고아원’이라 불리던 아동복지시설에 입소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일을 맡았던 신입사원이 35년 만에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 회장에 취임하게 됐다. 다음 달 3일 제20대 홀트 수장 자리에 오르는 김호현(60) 회장 이야기다. 아이들을 위해 일생을 살아온 김 회장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홀트의 앞으로의 10년 밑그림을 그렸다. 입양이 주된 업무였던 과거와 달리 시대가 변하면서 아동복지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홀트의 입양 사업 비중은 최근 11.8%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홀트는 입양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인 해리 홀트와 그의 부인 버다 홀트가 1955년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한 만큼 입양 업무를 가장 오래 담당해 온 기관인 탓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로 입양됐다가 어려움을 겪고 돌아오는 성년 입양인들이 생기면서 입양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은 성년 입양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다른 기관들과 함께 지금까지의 지원에 더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모색해볼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난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부모에게 외면당하고 양부모로부터 어려움을 겪은 상처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이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미혼 한부모 지원이나 시설퇴소 아동·청소년, 장애인 지원, 해외아동 지원 등 다양한 아동복지 사업을 규모 있게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홀트가 앞으로 입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홀트가 입양 외에도 다양한 아동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며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발굴해 돕고, 준비 없이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미혼 한부모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 아이들을 위한 사업도 준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10여년 전 북한 아이들을 위해 분유지원 사업을 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된 상태”라며 “다른 아동복지 기관들과 차근히 준비해 북한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를 마무리했을 때 직원들로부터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함께 이룬 회장’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며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홀트 직원들이 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원하는 아동지원 사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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