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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 “벽 많았던 나… 마치 백조처럼, 늘 도전의 연속” [인터뷰]

29일 개봉한 영화 ‘상류사회’의 주연배우 수애. 지적이고 단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수애는 “평소엔 굉장히 편하게 다니는 편이다. 하이힐도 잘 신지 않는다. 생각하시는 것만큼 저 그렇게 단아하지 않다”며 웃었다. 최현규 기자
 
박해일과 수애가 주연한 영화 ‘상류사회’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수애. 최현규 기자


“항상 저의 한계를 느껴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갈증이 밀려들죠.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개봉을 앞둔) 지금 무너지면 답이 없거든요. 온전히 즐길 순 없지만 최대한 즐기려 애쓰고 있어요.”

배우 수애(본명 박수애·39)가 담담하게 털어놓은 속마음. 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 개봉을 앞두고 긴장과 기대가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상류사회’는 부족함 없이 살지만 부와 권력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혀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다. 영화가 바라보는 상류사회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속은 더럽고 추악한 곳.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진 여타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꼴찌가 아닌 ‘2등’이 1등을 꿈꾼다는 점이다.

수애는 “캐릭터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 그런데 이미 많은 걸 누리고 있는 사람이 더 큰 욕망을 좇는다는 설정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더라”면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서서히 납득이 됐다. 능력은 충분한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욕망이 더 커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극 중 수애가 맡은 배역은 교수 남편(박해일)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목표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는 관장 자리를 차지하려 예술가로 촉망받는 전 남자친구(이진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남편과는 부부라기보다 ‘동지’ 같은 사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뒤에도 냉철하게 대응한다.

상대역에 박해일이 캐스팅된 건 수애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이뤄졌다. “시상식에서 몇 번 뵀을 뿐 전혀 친분이 없는 사이였는데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늘 호기심을 느꼈고, 저와 만났을 때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았어요.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케미’가 좋았죠.”

수애로서는 여러모로 대담한 선택이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표현 수위가 센 작품인데다 수애 또한 직접 베드신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극 흐름에 있어 꼭 필요한 장면이어서 부담 없이 임했다”면서도 “쉬운 역, 어려운 역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적잖은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상류사회’를 통해서 배우로서 수애가 가보지 못한 지점이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죠. 연기에 관한 것일 수도, 관객의 평가에 대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저 보시는 분들이 전작들과 다른 뭔가를 느껴주신다면 다행스러울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20주년. 1999년 드라마 ‘학교2’(KBS2)로 연기에 입문한 수애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지금껏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것 같다”면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현장에 가면 배울 것투성이었다. 치열했고, 여유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부족한 연기력을 들키는 게 가장 큰 수치라 생각했다”는 그는 ‘악바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다. “백조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아요. 물 위에선 고고해 보이지만 아래에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웃음).” 하지만 현재의 그가 추구하는 건 평화와 평온이다. 최근 명상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전 원래 벽이 많은 배우였어요. 그게 내 무기라고 여겼죠. ‘나’를 들키지 않는 것. 그런데 경력이 쌓이다 보니 주변을 아우르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국가대표2’(2016)가 계기였어요. 선배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내면을 단련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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