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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바른 신앙은 몸과 혼, 영이 서로 연결돼야 하죠”

가정사역자에서 신체심리학자로 변신한 김향숙 한국신체심리연구소 소장은 ‘4D 교육·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신체를 통한 다양한 내적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제공
 
김향숙 소장이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몸으로 표현함으로써 내면을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인도하고 있다. 한국신체심리연구소 제공
 
이모션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동작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한국신체심리연구소 제공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스트레스는 결국 마음의 병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몸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또 마음을 통해 몸을 치료하는 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체심리학자가 있다. 김향숙(57) 한국신체심리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한국신체심리협회장도 맡고 있다. 부산대에서 교육심리와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교육학 박사로 25년간 기독교 가정사역을 해왔던 그가 전공분야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 교육문제로 10년 정도 미국에서 지내다 2005년에 귀국했는데 갑자기 갱년기가 오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졌어요. 속에서 뭐가 치밀어 오르는데 분노조절이 안되니 남편과 다투기만 하고 해결책이 안 나왔죠.”

한 지인이 갱년기 때문에 힘들 때 춤을 췄더니 치유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댄스세러피 전문가를 찾았다. 정말 몸을 움직이니 생기가 돌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우울감이 사라졌다. 신체를 사용하자 엔도르핀,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 것.

“바로 이것이란 생각에 춤을 통한 치유의 세계에 거침없이 빠져들었습니다. 댄스세러피 전문가 과정을 5년간 공부했습니다. 이후 다시 5년 동안 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인 기능을 폭넓게 활용하는 무용동작 치료를 마쳤습니다.”

김 소장은 이 가운데 3년은 용인정신병원에서 무용동작치료사 일을 병행하면서 조현병, 알코올중독,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정신병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접했다. 그리고 10여년간 익힌 댄스세러피와 무용동작 치료기법을 일반인들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가정사역과 신체심리를 결합한 ‘4D 교육·치유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머리로 깨달아(learning), 가슴으로 느끼고(feeling), 몸으로 익혀(practice), 삶에서 행하자(doing)’는 것이다.

“제가 오랫동안 교육 및 상담전문가로 활동했지만 이론을 통한 치유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아무리 이론을 익혀도 막상 분노 등 감정이 앞서는 상황이 오면 지식은 여지없이 허물어지곤 했습니다.”

김 소장은 “언어적 치유는 지극히 제한적이라 자신의 마음을 춤과 감정으로 표출하고 이를 옆에서 공감하며 감싸 안을 때 진정한 치유가 이뤄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공감세포를 주셨기에 상대의 아픈 상처를 감싸 안고 포용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이라고 말했다.

“성경에서도 터치를 통한 공감의 치유장면이 많습니다. 돌아온 탕자를 안아주고 가락지를 끼워주고 잔치를 베푼 것이나 하나님께서 로뎀나무 아래서 하소연하는 엘리야에게 천사를 보내 어루만져주고 먹을 것을 보낸 장면 등입니다.”

남편 송길원 목사와 하이패밀리 공동대표를 맡아 가정사역 최고위과정(MBA)을 이끌고 있는 김 소장은 어린이 화병, 데이트 폭력, 성폭행 등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을 몸의 지혜로 치유해야 한다며 3년 전 MBA에 신체심리학과를 개설했다.

이와 함께 2012년 한국신체심리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모션코칭, 분노조절·여성·스트레스관리 세미나 등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몸과 내면을 깨달아 상처가 치유되고 마음이 회복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머리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몸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의 인권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어릴 때부터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분노를 조절하고 공감능력을 키워야 성인이 되어 자신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기기와의 소통을 줄이고 사람과 폭넓게 소통하면서 가능한 한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합니다.”

김 소장은 “어머니들이 자녀를 공부에서 해방시켜 신나게 놀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며 “몸의 리듬이 바뀌면 엔도르핀이 생성돼 활력이 넘친다. 결국 장기적으론 자녀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신체심리 프로그램들을 교회사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설교를 듣고, 주로 언어만 사용하는데 바른 신앙은 몸(Body)과 혼(Mind)과 영(Soul)이 서로 연결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회 여성과 사모들을 위한 2박3일 프로그램 ‘러빙유’를 수십 차례 열어온 김 소장은 “몸과 마음은 결국 하나이기에 마음으로 생긴 병을 몸으로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며 “깨달아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익힌 뒤 삶으로 표현되는 이 프로그램이 차세대 교회교육의 대안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4D 교육·치유 프로그램’이 더욱 발전해 나가면 교회교육이 세상교육보다 더 앞서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신체심리학을 더욱 발전시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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