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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심장으로 연기하는 그에게선 사람 냄새가 난다 [인터뷰]

올여름 두 편의 주연작 ‘공작’과 ‘목격자’를 연달아 선보이는 배우 이성민. 평소 유명세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그는 “고2 딸에게도 어릴 때부터 아빠 일은 직업일 뿐이라고 가르쳤다. 그건 확실히 훈련돼 있다. 가끔 ‘아빠도 연예인이냐’ 묻기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NEW 제공
 
영화 ‘공작’(위 사진)과 ‘목격자’의 극 중 장면. CJ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배우 이성민(50)은 데뷔 이래 가장 바쁜 여름을 나고 있다. 두 편의 주연작을 한 주 간격으로 선보이게 됐다. 남북 실화 바탕의 첩보극 ‘공작’과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목격자’. 각각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차가운 심장으로, 후자는 뜨거운 심장으로 연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잔뜩 지쳐 있었다. 전작부터 연달아 이어진 홍보 스케줄에 녹초가 돼버린 것이다. 애써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은 그는 “개봉이 몰려서 부담스럽다. 다행히 양 팀이 서로 이해를 해준다. 오늘도 ‘공작’ 팀은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목격자 파이팅’을 외쳐주더라”고 웃었다.

지난 8일 개봉한 ‘공작’은 ‘신과함께-인과 연’의 뒤를 바짝 쫓으며 선전하고 있다.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에서 이성민은 단단한 존재감으로 극을 휘어잡는다. 북한 외화벌이 총책인 조선노동당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아 북파 공작원 박석영(황정민)과 날선 심리전을 펼친다.

그는 “‘공작’은 테크니컬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머릿속으로 많은 계산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황)정민씨와 핵심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에선 서로 보이지 않는 표창을 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대로 구현이 되지 않아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15일 개봉하는 ‘목격자’에서는 어딘지 익숙한 모습이다. 전세대출로 아파트를 마련해 아내와 어린 딸을 건사하며 살아가는 가장 상훈을 연기했다. 평범하던 그의 일상은, 한밤중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하고도 범인(곽시양)의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다.

“상황 설정이 명확해서 주어진 현상들을 캐치하는 방식으로 연기해 나갔어요.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실제는 다르더군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모든 신의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었어요. 특히 범인과 가족이 한공간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죠. 감정적인 소모가 굉장히 큰 영화였어요.”

이성민은 “상훈은 자신이 목격자 진술을 했을 때 가족에게 가해질 피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면서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상훈의 이런 이기적인 태도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훈이 ‘비호감’으로 비치지 않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후반부 진흙 바닥에서 범인과 맨몸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초반의 일상적인 분위기와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히어로 같은 모습에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성민은 “가족이 직접 위해를 입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감정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했다.

이성민에게는 흔히 ‘일상성을 지닌 배우’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에겐 여지없이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저는 캐릭터를 포장하기보다 일반화시켜 표현하는 편이에요. 내 안의 성향을 끌어내서 내 식대로 변주해 구현하는 거죠. 그러고 보니 그동안 극적인 캐릭터는 많이 안 해 본 것 같네요.”

첫 주연작 ‘로봇, 소리’(2016)의 흥행 실패 이후 적잖은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다행스럽게도 ‘보안관’(2017)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얼마간 여유를 얻었다. 이성민은 “많이 강인해졌다. (흥행은)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영화 한 편에 내 목숨만 걸린 게 아니잖아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거든요. 개런티가 높아질수록 감당해야 할 중압감 또한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유명세’라는 거겠죠. 개봉 때마다 마음 졸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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