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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난치성 폐동맥색전증, 수술로 극복하는 길 개척

임상현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운데)가 지난 9일 관상동맥이 3군데나 막혀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높았던 한 중증 관상동맥협착증 환자에게 우회로 수술을 해준 직후 중환자실에서 전문간호사에게 집중감시 때 필요한 일을 지시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임상현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임상현(51·사진) 교수는 후천성 심장혈관, 특히 중증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환자들을 살리는 관상동맥우회로 수술(CABG) 전문가다.

199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강사 및 조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아주대병원 흉부외과에서 주임교수 겸 임상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아주대병원 수술실장 및 진료부원장도 맡고 있다.

임 교수는 2008년 5∼6월, 약 50일간 미국에서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심장센터로 유명한 플로리다 오칼라 심장병원을 방문, 심장병 진단 및 치료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시찰했다. 특히 전공의 없이도 굴러갈 수 있는 심장수술 시스템 구축 방안을 집중 연구하고 돌아왔다. 2011∼2012년에는 세계 장기이식학계를 선도하는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UPMC)에서 심폐이식 수술기법을 수련했다.

임 교수의 전문 분야는 관상동맥협착증 수술 시 기존의 심장 체외순환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무펌프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이다. 최근에는 난치성 폐동맥색전증을 수술로 극복하는 길을 개척,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임 교수에게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치명적인 허혈성 심장질환 극복에 필요한 관상동맥우회술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치료법인지 물어봤다.

허혈성 관상동맥질환자 증가 추세

허혈성 심장 질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를 일컫는다. 한국인 사망원인 중 사망률이 암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대표적이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진 않고 좁아진 상태로 일상생활 중 자주 가슴이 조이듯 아픈 경우를 가리킨다.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극심한 흉통과 함께 심장근육이 급속히 파괴되는 증상이다.

최고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령 흡연 가족력 등이다. 비만 고열량 고지방식 운동부족 등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혈관질환으로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받는 사람은 2016년 기준으로 3215명에 이른다.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스텐트 삽입술)을 받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아 6만2165명이었다.

스텐트 삽입술은 질병의 중증도나 복잡성, 환자 상태에 따라 혈관에 금속성 그물망을 넣어줘 혈류를 재개시켜주는 치료법이다. 관상동맥우회술은 핏줄이 막힌 부위를 우회해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법이다.

심장수술 시 체외순환기 사용 안 해

보통 응급상황에선 스텐트 삽입술이 많이 활용되지만, 동맥경화로 막힌 부위가 3군데 이상이거나, 좌측관상동맥에 병이 있을 때, 수축이완 운동으로 피를 내뿜어주는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관상동맥우회술이 더 권장된다.

수술 성공률은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의 경우 응급수술과 심장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까지 다 포함시켜도 약 97∼98%에 이를 정도로 높다. 수술에 실패, 환자가 사망할 위험성이 3% 미만이란 뜻이다.

임 교수는 13일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할 때 동반 수술이 없는 한 모든 경우에 심폐 체외순환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무펌프 관상동맥우회술로 불리는 이 치료법은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수술 중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고 대동맥 조작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심폐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 발생위험을 극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임 교수는 “무펌프 관상동맥우회술을 연평균 100회 이상 시행하고 있고, 위중한 응급상황에서 진행하는 수술이 25%나 되는데도 수술 후 1년 이내 문제가 된 경우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폐 체외순환기 사용시 때때로 발생하는 합병증 가운데 하나인 뇌졸중 역시 일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임 교수팀의 관상동맥우회로 수술 능력과 환자관리 수준이 높다는 얘기다.

언제라도 재수술 가능한 게 장점

일반적으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경우엔 초응급상황이라 스텐트 삽입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 상처가 남지 않고 전신 마취 부담도 없는데다 치료 후 2∼3일 만에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흉통 발작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협심증에선 스텐트 삽입술이 더 좋은지 관상동맥우회술이 더 좋은지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있다.

아주대병원은 미국심장학회와 심장외과학회, 심장협회 등 내·외과 의사는 물론 환자단체까지 8개 유관단체가 공동 제정한 ‘2017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 지침’을 준용하고 있다. 이 지침은 관상동맥협착증이 세 군데 이상 발생했을 때는 관상동맥우회술을, 그 이상 복잡 병변은 심장내과와 심장외과, 영상의학과가 협진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관상동맥우회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 혈관(주로 내흉동맥)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술 후 장기간 혈관이 막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흉동맥을 잘라서 이식하는 경우 15년 후 재협착 위험도가 10% 미만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다.

수술 후 혈전용해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우회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새 혈관에 또 협착증이 올 수도 있는데, 이 때 역시 재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제거하고 다시 다른 혈관을 이어주면 해결이 가능하다.

심장내·외과 협진 통해 최선 치료 도모

반면 스텐트 삽입술의 경우 아스피린 등 혈전용해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다 심장혈관 속에 들여놓은 스텐트를 다시는 제거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임 교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여러 개의 스텐트를 넣게 되면 추후 재발 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고 싶어도 새 혈관을 이어줄 곳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수술이 스텐트 삽입술보다 우월한 치료법이란 얘기일까. 임 교수는 절대 그런 뜻은 아니라면서 “허혈성 심장혈관 치료 시 둘 다 중요한 치료법이므로 심장내·외과 의사가 환자 상태를 함께 보고 고민하며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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