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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출발 지연… “4시간 지나야 보상 받아요”



여행보험 가입 건수 급증세…보장 항목 ‘주의사항’ 살펴야
스쿠버다이빙·암벽등반 사고 시 보험금 못받을 수도
공유숙박 ‘보장 공백’ 조심


이달 초 베트남으로 휴가를 갔던 A씨(28·여)는 난감한 일을 겪었다. 귀국하려던 날, 태풍 영향으로 항공편이 취소됐다. 이튿날 뜨는 대체 항공편을 마련했지만 귀국하자마자 출근을 해야 하는 탓에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A씨는 항공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1시간 늦게 출발하는 다른 비행기를 탔다. 부산행이었던 원래 항공편과 달리 인천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지연 시 1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해외여행보험을 들어뒀던 터라 금전 손실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보험 약관에 ‘항공편이 4시간 이상 지연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는 것을 몰랐다.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 중 발생하는 질병부터 비행기 결항, 휴대품 분실까지 대비할 수 있어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보험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해외여행보험 가입자는 증가세다. 1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해외여행보험 가입 건수는 2012년 215만6000건에서 2016년 520만8000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보장 항목마다 주의사항을 살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비행기 지연 항목은 대부분 ‘4시간’을 보상 기준으로 삼는다. A씨처럼 다른 공항에 내리는 대체항공편을 구해 4시간이 지나기 전에 비행기를 탔다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휴대품을 잃어버렸을 때는 현지 경찰서에서 사고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여행지에서 스쿠버다이빙이나 암벽등반처럼 보험사 기준에 따른 ‘위험한 취미활동’을 한다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

까다로운 보장 규정 때문에 해외여행보험 손해율은 다른 보험에 비해 현저히 낮다. 손해율이 낮다는 건 보험사의 보상액이 적게 지출된다는 뜻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국내 15개 손해보험사가 판매한 해외여행보험 상품의 평균 손해율은 40%에 불과했다. 2015년 기준으로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각각 131.3%, 83%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여행보험의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한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최근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공유숙박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에어비앤비 등 일반인이 빈방, 빈집을 여행객에게 유상으로 빌려주는 서비스가 유행이지만 소비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보장 공백’이 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방을 빌려줬다가 재산 피해를 봤다면 보상을 받기 어렵다. 숙박 영업행위는 상대적으로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는 공유숙박 서비스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니 숙소가 없어 다른 곳을 이용했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기도 한다. 보험연구원 임준 연구위원은 “규제 당국이 보장공백 문제를 시장에 맡길 것인지 정부 개입으로 해결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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