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지상파가 후발주자?… 케이블 채널 ‘쫓는 신세’

드라마 레이블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한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CJ ENM 제공


‘화무십일홍’이라더니 어느새 드라마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불렸던 케이블 채널이 앞서고 지상파 방송은 뒤쫓는 형국이 됐다. 변화는 드라마 레이블 ‘스튜디오드래곤’이 주도했다. 전신인 CJ E&M 드라마사업본부 시절 ‘미생’ ‘시그널’을 히트시킨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도깨비’ ‘비밀의 숲’ ‘또 오해영’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도 흥행시키며 변방의 미생에서 업계의 용으로 거듭났다. 지상파도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해 ‘몬스터 유니온’(KBS)을 세워 드라마 전문화에 나섰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신작 ‘미스터 션샤인’을 공개한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업계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18일 기준으로 올해에만 주가가 69%(6만5800원→11만1500원) 상승했다. 성공의 비결로는 다양한 소재와 깊이 있는 서사가 꼽힌다. ‘비밀의 숲’에는 감정을 못 느끼는 소시오패스가 정의로운 검사로 나온다. ‘미생’은 사랑타령 없이 복잡한 인간관계를 담담히 드러냈다. 소시오패스는 악인이며, 직장에선 일은 안 하고 연애만 하는 기존 드라마의 클리셰(상투적 표현)를 깨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다채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건 ‘방송’과 ‘제작’을 분리한 새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기존 드라마는 방송국이 제작사에 의뢰해 만들어졌다.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국이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니 실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없었다. 결말이 빤한 치정극, 출생의 비밀, 재벌과의 사랑 등이 반복되자 시청자들은 지상파 작품을 ‘막장 드라마’라고 조롱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국은 드라마 제작사에 제작비의 60∼70%만 지급했다. 나머지는 제작사가 간접광고나 삽입곡(OST) 수익으로 충당해야 했다. 영업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국과 제작사 사이의 ‘틈’을 파고들었다. 제작사가 드라마를 만들면 스튜디오드래곤이 방송국에 판다. 방송국이 드라마 제작에 관여할 여지를 줄여 자유로운 창작을 가능케 한 것이다. 동시에 제작비를 100% 지불해 제작사가 영업에 집중하는 폐단을 막았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사명에 ‘스튜디오’가 들어간 것은 미국식 스튜디오 모델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제작사에 제작비·감독·작가 등을 지원하고 드라마만 만들게 한다. 방영권 판매, 영업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드라마를 만들게 돕는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국도 뒤늦게 이 같은 드라마 제작 모델을 도입했다. KBS는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항하기 위해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영 중인 ‘너도 인간이니?’에 제작비 100억여원을 투입했지만 시청률 4∼5%대에 머물러있다. 케이블 채널 tvN에 방영 중인 ‘김비서가 왜 그럴까’ ‘미스터 션샤인’ 시청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결과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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