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환상의 복식 이소희-신승찬 “장점? 빨라요 단점? 너~무 빨라요”

이소희(오른쪽)-신승찬 조가 지난 1월 열린 2018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배드민턴 대회 준결승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플레이하는 모습. 중학생 시절부터 복식조를 이룬 둘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인지 안다”고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을 노리는 둘은 “스피드와 공격력은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AP뉴시스


24살 동갑… 중학 때부터 호흡, 주니어 시절 세계 무대 제패
작년 10월 재결합 우승 행진
어느 팀보다 스피드 앞서지만 너무 급해져 무너진 경우도
조급증 버리고 꿈 스매싱


그들의 장점은 빠르다는 것, 단점은 너무 빨라지려 한다는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 복식에 참가하는 ‘환상의 콤비’ 이소희-신승찬 얘기다. 이소희-신승찬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피드는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는다. 다만 너무 빠르게 하려다 보니 급해져서 무너진 경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24살 동갑내기인 둘은 배드민턴에 대해 말할 땐 진지하다가, 이내 서로의 별명을 말하며 까르르 웃곤 했다. 이소희-신승찬은 서로를 향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둘은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주니어 세계무대를 제패했었다.

성인 배드민턴으로 올라온 뒤에는 잠시 이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는 경험이 있는 선배들과 각각 새로운 팀을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덴마크오픈 대회를 앞두고 재결합했다.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이번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까지 내다본 강경진 국가대표팀 감독의 실험이었다.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대회였지만 둘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둘은 지난해 12월 광주에서 열린 광주 빅터 코리아마스터스 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이소희가 지난 4월 허벅지 위쪽 근육을 다치며 약 2개월간 재활을 했지만 지금은 완벽히 회복됐다. 둘의 컨디션은 상승세다. 강 감독은 “이소희-신승찬 조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위는 신승찬, 후위는 이소희가 맡는다. 눈빛조차 볼 필요가 없다는 둘은 “파트너가 내게 많은 공격 기회를 준다”고 입을 모았다. 공세를 펼칠 때 네트 가까이에 자리를 잡는 신승찬은 “소희가 뒤에서 잘 때려 주기 때문에 앞에서 찬스를 잡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희의 강력한 스매싱을 상대가 겨우 받아 넘길 때, 신승찬이 떠올라 가볍게 마무리하는 것이 승리 패턴 중 하나다.

이소희는 반대로 앞쪽에서의 세밀한 플레이를 칭찬했다. 이소희는 “승찬이가 네트에 잘 붙여주니 상대가 볼을 길게 올리게 되고, 그래서 공격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트를 살짝 넘어오는 신승찬의 헤어핀 공격을 받을 때, 상대는 진영을 갖출 시간을 벌기 위해 길게 하이클리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힘없이 넘어온 셔틀콕은 이소희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이번 대회 최대 적수는 개최국이자 전통의 셔틀콕 강국인 인도네시아다. 이소희는 “결국 마주치게 돼 있는 팀이다”고 했다. 신승찬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손목 컨트롤이 좋아 코스 코스를 잘 공략하는 편”이라며 경계했다. 이소희는 “인도네시아는 공격 찬스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볼을 네트에 붙이거나 길게 빼는 경우가 많은데, 뒤에서 잘 차단하겠다”고 다짐했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의 하루하루는 혹독한 일과의 연속이다. 신승찬은 “여유 있게 운동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코치님들께서 피치를 올리신다”고 설명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눈을 뜨자마자 운동장 트랙을 달리고, 코트에서는 지칠 때까지 랠리를 주고받으며 감각을 조율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면 코치들이 “여기서 이겨내야 한다” “이 단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소리를 질러 독려한다.

힘든 훈련을 마친 뒤에도 둘은 몰래 틈틈이 보강 운동을 하는 연습벌레다. 모두 부상을 한 차례씩 겪은 만큼 더욱 몸 관리에 철저하다. 신승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좋아한다”며 “열심히 하는 건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고,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려 애쓴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개막까지는 꼭 30일, 둘은 조급증을 버리기 위해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이소희는 “보기 싫지만 진 경기들도 비디오분석을 한다”며 “서로가 급해지는 습관을 알기 때문에 시합 중간 중간에도 ‘급해지지 말자’고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신승찬은 “소희는 꺼벙한 면이 있고 내숭도 있지만 실제론 활발하다”며 “이마가 넓어 ‘황비홍’이라고 놀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소희는 “나는 승찬이를 이름으로 부르지만, 다른 이들은 ‘뚱찬’이라 부른다”고 맞받아쳤다. 둘은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라며 “옛 파트너와 꿈을 함께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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