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 토기, 신라 금관, 김홍도 풍속도… 보물창고가 열렸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가 17일 배기동 관장 취임 1주년을 맞아 2005년 용산 이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박진우 유물관리부장이 도자기가 보관된 3수장고에서 도자기 파편이 수납된 격납장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형태가 완전한 유물들이 전시품처럼 진열돼 있다. 최현규 기자
 
보존과학부 학예사가 최첨단 단층촬영기(CT)가 분석한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일반인들이 연구 목적으로 열람 신청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열람실. 최현규 기자


국내 최대의 ‘보물 창고’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7일 배기동 관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수장고를 언론에 공개했다. 2005년 용산시대가 열린 이래 언론에 촬영을 허용한 것은 처음이다. 평소에도 관장조차 2인 1조로 입실해야 하는 등 철저한 보안과 위생이 요구되는 곳이다.

구석기 빗살무늬 토기부터 통일신라 금관, 조선시대 김홍도 풍속도까지 국보·보물을 포함한 유물 41만여점이 항온·항습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춘 22곳 수장고(총면적 1만2680㎡)에 도자기, 금속 등 재질별로 보관돼 있다.

박진우 유물관리부장이 비밀의 문을 열어준 곳은 도자기를 수납 중인 3수장고. 20㎝ 두께의 육중한 철문을 지나 9개의 보안장치를 풀고서야 입실할 수 있었다. 6m 높이 천장의 넓은 공간에 미색 원목 격납장이 열과 오를 맞춰 도열해 있었다. 반도체 공장처럼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래도 도자기는 성질이 예민하지 않아 습도를 50% 내외로 맞추면 됩니다. 종이는 60%까지는 맞춰야 합니다. 마르면 바스러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장식장처럼 구분된 칸칸마다 청자 백자 분청자 등이 분류표가 붙여진 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시대별·기종별이 아니라 들어온 순서대로 수납된다. “헷갈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부장은 “데이터베이스화돼 걱정할 게 없다”며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분청사기인화문접시’에 붙여진 유물번호 ‘덕 6446’을 검색했더니 ‘3수장고 206장 3단’이라고 정확한 위치가 떴다.

유물이 점점 늘어나 현재 전체 수장고의 80%가 채워진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장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2년에 걸쳐 4개 수장고를 복층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장고와 함께 ‘문화재 종합병원’ 격인 보존과학실도 공개됐다. 단연 주목을 끈 것은 X선 단층촬영기(CT)였다. 지난해 17억원을 주고 구매한 독일 제품으로 올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CT는 X레이로는 볼 수 없는 3차원 진단이 가능합니다.”

보존과학부 이영범 학예사가 병원 전문의처럼 CT가 촬영한 조선백자 영상을 모니터로 보여주며 설명했다. 보물 240호인 백자투각모란당초문항아리가 진단대에 올랐는데, 내호(內壺·내항아리)와 외호(外壺·외항아리)의 이중구조가 확연히 드러났다. 유혜선 보존관리부장은 “금이 간 부분뿐 아니라 유물 안에 죽어 있는 벌레까지 확인된 적이 있다”며 “예방의학이 중요하듯, CT로 문화재가 아프기 전에 예방 보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을 꼭꼭 숨겨두지만은 않는다. 석사 과정 이상의 연구자들이 신청할 경우 살펴볼 수 있게 열람실도 운영 중이다. 배기동 관장은 이날 “미래를 대비하고자 소장품 수집 범위를 현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한 바둑판 등 현대 역사자료, 전통을 계승한 현대 예술품도 수집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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