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날씨와 기분



더위에 지친다. 그런데 문제는 땡볕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는 점이다. 차라리 태양 아래 열심히 몸을 움직여서 힘든 것이라면 납득이 되는데 에어컨 아래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사소한 것에 대해 더 예민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다르지만, 나는 이럴 때 감정의 이유를 찾아보려고 애쓰는 편이었다. 하지만 감정의 이유를 찾는 방식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다. 과연 어제 있었던 안 좋은 일, 몇 주째 해결되지 않는 문제, 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의 애착 관계에 영향을 받아서 지금 꼭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감정의 이유를 찾기 위해 날씨와 기후가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찾아보니 연구된 바가 생각보다 많다. 일조량이 높은 나라에 우울증이 적고 자살률이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교차가 클 경우 감정 기복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낮 최고기온이 높아지면 사소한 자극에 예민해지고 충동적·신경질적이 되며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경조증(hypomania) 상태의 기분이 생길 수 있다. 전날 낮 최고기온은 다음 날 기분까지 영향을 미쳐 예민하게 만든다. 한편 습도가 높거나 비가 오는 날씨의 경우 내가 비를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에 상관없이 두통이나 관절의 통증이 심해진다. 이게 저기압 때문인지, 습도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의 기분은 내 노력이나 의지와 관계없는 순수한 생물학적인 정서인데 더위로 잠을 깨면 아침 기분 역시 나빠질 수 있다. 안과 밖의 기온 차이가 높아지면 공황 발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결론은 우리 모두 요즘 더워서 짜증이 나거나 기온차로 인해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결국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안팎의 기온 차이에 유의하고 길에서 누군가를 툭 치고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심리학자들이나 나 같은 정신과 의사들이 때로는 단순한 문제를 너무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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